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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수지 vs 보영 본격 매력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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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풋하면서도 옹골차다. 시선을 사로잡는 아름다움에 친근함까지 갖췄다. 배수지(21)와 박보영(25),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갖춘 이 두 배우가 나란히 스크린에서 관객을 만난다. 배수지는 ‘도리화가’(11월 25일 개봉, 이종필 감독)에서, 박보영은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11월 25일 개봉, 정기훈 감독)에서 주연을 맡았다. 젊은 여배우의 역할이 비교적 제한적인 한국 영화계에 그들이 몰고 올 신선한 여풍이 기대된다. 90년대생인 둘은 10대 시절부터 대중 앞에 섰고, 이후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아 왔다. 이들의 보기 좋은 경쟁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하지 않을 수 없다. 그녀들이 걸어온 길과 이번 영화에서의 활약, 감독이 말하는 두 배우의 관한 코멘트를 함께 살폈다.

[고운 얼굴에 깃든 열정, 배수지]

배수지는 금지옥엽이다. 아름다운 얼굴과 맑은 눈빛으로 계산이 없는 연기를 한다. 감정의 결을 웅크리듯 오래 붙잡고 있다가 촬영에 임하면 바로 캐릭터와 하나가 된다. 얇은 한복 차림으로 열 시간 넘게 폭우를 맞는 힘든 장면을 촬영할 때도, 독하게 버티다 오케이 사인이 나면 방긋 웃으며 파이팅을 외치는 그런 배우다.
‘도리화가’ 이종필 감독

- ‘도리화가’ 진채선
진채선은 조선 후기, 시대의 금기를 깨고 여성 최초 소리꾼이 된 이다. 그저 소리가 좋아 스승 신재효(류승룡)를 따르고 남장까지 마다하지 않는 진채선의 열정. 배수지는 이를 맑은 얼굴에 달뜬 표정으로 새겨 넣었다. “소리가 참 이쁜디요?”라며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엉뚱 발랄한 소녀의 모습부터 신체의 한계를 이겨내려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진정한 소리꾼의 면모까지. 배수지는 1년 동안 혹독한 훈련을 받아 거의 모든 판소리 장면을 직접 소화했다. 그리고 섬세한 손길로 빚은 듯 고운 선의 얼굴과 나이를 잊게 하는 깊은 눈빛. 배수지의 얼굴은 그 자체로 스크린을 압도하기 충분하다.
● 결정적 장면 신재효와 진채선이 목숨을 걸고 임한 낙성연 경연 장면. ‘춘향가’의 주요 대목을 노래하는 배수지의 판소리 실력이 빛을 말한다. 신재효에 대한 사랑과 판소리를 향한 열정을 품은 진채선이 눈물을 떨구며 소리를 하는 순간, 배수지의 무궁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 류승룡과의 앙상블
실제로 신재효와 진채선은 서른 살 남짓 차이 나는 사제지간이다. 극 중 진채선에게 신재효는 하늘 같은 스승님이자 오랜 시간 마음에 품은 정인이다. 두 배우는 24세의 나이 차를 가뿐히 극복하고, 애틋하고 절절한 감정 연기를 선보인다. 마음을 담아 ‘춘향가’를 불러 보라는 신재효의 호통에 진채선은 그를 그윽이 바라보며 “어화둥둥 내 낭군”이라 읊조린다. 꽁꽁 숨겨둔 감정을 흘려보내듯 내뱉는 목소리. 사제 사이를 넘어 연인의 감정을 느끼는 두 배우의 화학 작용이 볼 만하다.

- 결정적 필모그래피
‘건축학개론’(2012, 이용주 감독)
배수지가 ‘국민 첫사랑’으로 급부상하게 된 영화. 어설프고 풋풋해서 더 가슴 아리게 한 첫사랑의 향수를 자극했다. 결국 멜로는 흥행이 어렵다는 영화계의 편견을 깨고 흥행에도 성공했다.

- 티켓 파워
아이돌 그룹 미쓰에이로 데뷔한 수지는 연기 활동을 많이 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출연한 작품마다 평균 이상의 흥행 성적을 거둬 스타성을 증명했다.
영화, '건축학개론' 관객 411만명
드라마 '드림하이'(2011, KBS2) 최고 시청률 17.9%
드라마 '구가의 서'(2013, MBC) 최고 시청률 19.5%

- 차기작
배수지의 다음 작품은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가제)다. 톱스타와 그를 찍는 속물적인 다큐 PD의 통통 튀는 사랑 이야기다. ‘미안하다 사랑한다’(2004, KBS2)의 각본을 쓴 이경희 작가가 집필한다. 배수지는 다큐 PD 역을, 김우빈은 톱스타 역을 맡을 예정이다.

[마음 녹이는 귀여움, 박보영]

박보영은 안방마님 같은 배우다. 상대역인 정재영이 불같이 화내는 애드리브를 많이 선보였는데, 그 연기를 안정적으로 잘 받아줬다. 작고 어린데도 현장에 박보영이 있으면 훨씬 편안하고 분위기가 좋아질 정도로 존재감이 컸다. 대본 숙지 능력이 뛰어난 데다, 다양한 연기를 알아서 준비해 와 별다른 연기 디렉션이 필요 없었다. 믿음직하고 똑똑한 배우다.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정기훈 감독

-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도라희
도라희는 ‘88만원 세대’의 표상이라 할 만하다. 자신이 꿈꾸던 저널리즘과는 상관없는 연예부 기자가 돼 좌충우돌 기자 생활에 적응해 간다. ‘늑대소년’(2012, 조성희 감독) 등에서 주로 앳된 소녀 역을 맡았던 박보영은 이제야 나이에 맞는 옷을 입은 듯싶다. 요즘 젊은 세대처럼 적당히 이기적이고, 욕심 많은 도라희는 박보영의 친근하고 귀여운 이미지가 덧붙여져 좀 더 이해해주고픈 인물이 됐다. 아역 시절부터 쌓아 온 탄탄한 연기력도 큰 몫을 했다. 선배의 호통에 주눅 든 표정부터 불의를 보며 입을 앙 다무는 모습까지. 박보영은 도라희를 연기하며 “감독님께 혼나 눈물 흘리며 연기를 배운 시절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참고로 남성 관객이 환호했던 박보영의 명랑한 말투와 해사한 눈웃음은 여전히 마음을 녹인다.
● 결정적 장면 술 한 잔 못 마시는 도라희가 취한 장면. 첫 회식 자리에서 취한 도라희가 가로수 앞에 주저앉아 수습 동기이자 대학 선배 서진(류덕환)에게 윙크하며 안아 달라는 순간. 박보영의 진화하고 있는 ‘애교력’을 확인할 수 있다. 귀엽다는 말이 부족할 만큼 귀엽다.

- 정재영과의 호흡
“이게 수필이야, 기사야? 다시 써!” 신문사 안에서도 성질 더럽기로 유명한 연예부 하재관 부장은 수습 기자 도라희를 득달같이 혼내는 무시무시한 선배다. 이 역할을 맡은 정재영의 버럭 연기도 감칠맛 나지만, 여기에 장단을 맞추는 박보영의 깨알 같은 생활 연기도 압권이다. 톰과 제리를 연상케 하는 둘의 호흡이 흥미진진하다. 선후배인 두 사람이 점점 서로를 인정하는 동료로 발전하는 모습이 영화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 결정적 필모그래피
‘과속스캔들’(2008, 강형철 감독)
박보영이 열여덟 살에 출연한 흥행작. 가수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 10대 미혼모 정남 역을 맞춤하게 연기해 크게 호평받았다. 특히 기타를 치며 고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모습으로 대중에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박보영이 흥행성을 인정받은 첫 영화.

- 티켓 파워
박보영은 어느새 ‘믿고 보는 배우’가 됐다. 굵직한 흥행작을 세편이나 배출했기 때문이다. 명실상부 연기력과 흥행성을 모두 갖춘 20대 여배우로 활약 중이다.
영화 '과속스캔들' 관객 822만명
영화 ‘늑대소년’ 관객 665만명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2015, tvN) 최고 시청률 8%

- 차기작
현재 박보영이 차기작으로 정한 작품은 없다. 소속사 피데스스파티윰의 최홍원 실장은 “영화·드라마에 상관없이 여러 작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사진=전소윤(STUDI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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