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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치행위' 공방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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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대북 송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특검팀이 기소한 8명의 유.무죄 여부는 향후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을 몰고올 전망이다.

개인 비리가 아닌 남북 문제로 기소된 이들을 실정법의 사법 잣대로 처벌하는 것이 적절하냐가 그 핵심이다. 이른바 '통치행위론'의 논란이다.

통치행위론이란 대통령이 내린 고도의 정치적 결정은 사법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우며 사법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견해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선 "통치행위론은 왕정시대에나 가능하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최고통치권자의 정책 결정도 사법심사 대상"이라고 지적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최근 TV와의 인터뷰에서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이 부정과 비리가 없는데도 사법처리된 것이 가슴 아프다"며 "대북송금은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다"며 통치행위론을 다시 거론했다.

대법원은 과거 유신 시절 긴급조치나 계엄령 선포 등을 '국가 위기를 막기 위한 통치행위'로 인정해 사법 판단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었다. 그러나 전두환 전 대통령의 12.12 쿠데타는 "불법적 헌정파괴"라며 통치행위로 인정하지 않았다.

金전대통령은 아무런 조사를 받지 않았다. "실정법을 위반한 정황을 파악하지 못해 조사하지 않았다"는 게 특검팀 공식 입장이다. 이 때문에 특검이 金전대통령에 대해 서면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을 두고 형평성의 문제도 지적된다. 송금작업의 사실상 꼭대기에 있던 金전대통령을 제외한 채 실무라인에서 움직인 사람들만 단죄 대상이 된 건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8명에 대한 재판은 서울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金庠均 부장판사)가 맡았다. 사건이 모두 병합돼 다음달 4일부터 한꺼번에 재판을 받는다. 재판부는 "특검법상 3개월 내 1심 선고를 하도록 돼 있으나 의무규정은 아니라고 본다"며 "신속하고 충실한 재판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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