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호외'서 박태준씨 증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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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하필이면 바람이 세게 불었어요. 박정희 대통령께서 눈에 들어간 모래를 한손으로 닦으시면서 혼잣말로 '저 많은 분들의 집을 헐었는데 제철소가 되겠나'그러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털이 탁, 서더라고요. 제철소에 대한 의지가 굉장하다는 걸 알 수 있었죠."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일인당 국민소득 60달러로 제철소를 짓는다니 기가 막힌다며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그러나 오직 두 사람, 박정희와 박태준만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리고 모래펄에 쇳물이 터진 지 벌써 30년. 전 세계가 비웃었던 무모한 야심을 신화로 일구어낸 박태준 전 포철 회장(포스코 명예회장)이 입을 열었다.

박회장은 케이블 역사채널인 히스토리채널의 현대사 다시 읽기 프로그램 '다시 읽는 역사, 호외 (號外)-모래펄에 일군 철강신화 '(26일 밤 12시)에 출연해 포항제철의 탄생과 성장에 얽힌 뒷이야기를 처음으로 털어 놓는다.

사실 제철소 건설 계획은 이승만 정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정치적 혼란과 건설자금 부족 등으로 번번이 실패했다. 박정희 혁명정부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박대통령은 포기하지 않았다. "철은 산업의 쌀, 쌀이 있어야 밥을 해먹지 않겠나"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되뇌던 박대통령이 기필코 제철소의 꿈을 이루겠다며 선택한 사람은 당시 대한중석 사장 박태준이었다.

"제철소 해야 하는데 이 놈도 못하고 저 놈도 못한다네, 당신이 맡아주소."

이 말 한마디에 박사장은 자고 일어나면 눈썹까지 모래가 차오르는 속에서도 온 힘을 다 바쳤다. 그러나 순간순간 위기가 닥쳐온다. 그는 과연 어떤 아이디어로 우리가 만든 용광로에서 쇳물이 흘러 나오게 했을까.

26일 방영할 1부에서는 주로 '한국의 카네기'의 탄생을 보여주는 일화를 소개한다. 7월 3일 방영될 2부는 존경받는 기업인의 뒤에 놓여진 정치인 박태준의 면모까지 함께 조명한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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