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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외환위기 수준인데 국회는 헛바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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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 적극 대처를 촉구하는 지식인 선언식’ 참가자들이 27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동의안 처리 등 경제 활성화 법안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광명 한양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 [뉴시스]

지식인 1000명이 모여 ‘경제위기’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선언을 했다. 현재 상황이 그만큼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경제학자뿐 아니라 전 관료와 법조계·시민사회단체 등을 망라한 지도층이 한목소리로 위기를 경고하고 나선 건 이례적이다.

지식인 1000명 경제 시국선언
“FTA 조속 비준, 경제법안 통과를”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미증유의 경제위기 적극 대처를 촉구하는 지식인 선언’에선 정치권·정부에 대한 쓴소리가 잇따라 나왔다.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박재완 한선재단 이사장과 조동근 명지대 교수,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 좌승희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등 지식인들은 현재 상황이 외환위기 파고를 불러온 1997년 말과 비슷하다고 우려했다.

 박재완 이사장은 “정치권이 경제 구조개혁에 전력해야 하는데 경제활성화를 위한 법안 통과와 노동개혁의 진도가 부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위기 상황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위기 선언까지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지식인들은 “반도체·선박·철강 등 주력산업의 노후화로 수출이 지난해 3분기부터 5분기 연속 줄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은 정파적 이익의 포로가 돼 있고 노동개혁은 국회에서 공전한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경제의 빨간등’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경제의 심장인 기업의 위축세가 뚜렷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기업 1만2000여 곳(직원 50명, 자본금 3억원 이상)의 지난해 매출은 2231조원으로 2006년 조사를 시작한 뒤 처음 줄었을 정도다. 지난달 수출은 6년2개월 만에 최대 폭(-15%)으로 줄어들면서 수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식인들은 “백척간두의 위기를 목전에 두고 있는데도 경제주체들의 상황 인식과 정치권의 대처 의지는 심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위기 타개 방안으로 지식인들은 “신성장 동력 확보와 고용증대를 위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한 비준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료법·관광진흥법 개정안 등의 처리가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또 이들은 “정부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좀비기업’ 구조조정을 과감히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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