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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값 더 높게 '배짱 분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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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정부의 고강도 주택시장 안정대책 영향으로 아파트 분양가 인하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일부 업체들은 분양가를 되레 올리고 있다.

지난해 말보다 20% 가량 비싸게 책정한 곳도 있다. 분양가 인상은 분양이 잘 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에 집중되고 있다.

대우건설이 경기도 안산시 고잔지구에서 25일부터 분양에 들어간 7차 푸르지오아파트 평당 분양가는 5백50만원~6백30만원. 대우가 지난해 12월 같은 곳에서 내놓은 6차 때보다 평당 70만~1백만원 많다.

7차 34평형 분양가는 2억2백80만원으로 6차때 같은 평형 1억6천9백만원보다 20% 가량 높다. 6.7차 단지는 바로 붙어 있다.

인근 K부동산중개업소 박모 사장은 "전철역에 가려면 차로 5분 이상 가야 하는데 입지여건이 더 좋은 단지 시세보다 높다"며 "그동안 분양실적이 좋으니까 높인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6차때 1순위 경쟁률이 평균 5.3대1이었다.

지난해 9월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남양주시 평내지구도 마찬가지. 지난 19일부터 청약을 받은 금호건설 어울림아파트 33평형은 1억8천9백만원으로 지난해 12월 같은 지구에서 나온 유진기업 33평형보다 3천여만원 뛰었다.

LG건설이 25일부터 하남시 덕풍동에서 분양하는 하남자이 24평형 분양가는 1억6천여만원으로 지난해 10월 벽산건설의 벽산그린파크 24평형 1억4천여만원보다 2천만원 가량 올랐다.

하남자이 32평형은 2억2천여만원인 반면 벽산그린파크 32평형은 2억원이 채 안됐다. 신도종합건설도 이달 초 충남 천안시 목천면에서 내놓은 신도브래뉴2차 33평형 분양가(1억2천7백만원)를 지난 2월 1차때 같은 평형보다 1천만원 높게 책정했다.

서울 동시분양아파트의 분양가 고공행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은 다음달 3일부터 청약을 받는 6차 동시분양 18개 단지 가운데 절반인 9개 단지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높게 책정했다고 주장했다. 소시모는 "택지비와 건축비 등을 과다하게 부풀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건설업체들은 땅값 상승과 제품 고급화 등으로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최고급 주거단지로 조성하기 위해 조경 등 설계를 기존 단지와 차별화했고 가전제품 등을 붙박이(빌트인,Built-In)로 추가했다"고 말했다. LG건설도 "그동안 땅값이 올랐고 새 평면을 제공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6차 동시분양 물량 가운데 분양가가 가장 높은 용산구 청암동 LG자이 시행사인 부곡레저 관계자는 "대나무를 압축한 바닥재와 수입대리석 등 고급 마감재를 쓰고 단지내 수영장 등을 설치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분양권 전매 금지로 청약 거품이 걷히면서 분양가가 비싼 제품에 대한 실수요자들의 반응은 예전 같지 않다. 평내지구 금호 어울림은 수도권 3순위에서 겨우 마감됐다. 지난해 12월 유진마젤란은 2순위에서 분양이 끝났다.

신도브래뉴도 지난 1차때는 3순위에서 평균 5대 1로 전평형에서 마감됐으나 2차는 평균 3대 1로 청약경쟁률이 떨어졌고 일부 평형은 미분양됐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제품 고급화 등의 영향도 있지만 분양 자신감도 분양가 인상에 작용하고 있다"며 "분양권 전매가 안되고 앞으로 가격 상승세가 커지 않을 것으로 보여 높은 분양가는 실수요자들로부터 외면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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