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박혜경 4집 앨범 '세라핌'으로 돌아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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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음반요? 정말 맘에 들어요. 수록곡인 '천사의 시'를 들으면 제가 부른 노래인데도 눈물이 핑 돌아요." 솔직하다. 그리고 씩씩하다. 그래선지 밉지가 않다.

자기 자랑을 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최근 4집 앨범 '세라핌'(Seraphim)을 발표한 박혜경(29)은 이렇듯 자신감이 넘쳤다.

라이브 공연에서 애절한 노래를 부르는데 박자에 맞춰 박수 치는 관객이 싫어 "제발 박수치지 마시고 내 노래를 들어 달라"고 당부했다는 얘기도 그녀가 얼마나 자기 노래를 아끼는지, 또 얼마나 솔직한지 보여준다.

유난히 맑고 풋풋한 음색이라 '공기청정기''팅커 벨''바비인형'등으로 불리기도 하는 박혜경은 1997년 혼성 듀오 '더더'로 출발했다. 2000년 솔로로 재출발해 '고백' '주문을 걸어' '하루' '레인' 등을 발표해 은근히 많은 팬들을 사로잡았다. 전문가들도 각 곡을 부를 때마다 완전히 다른 색채의 감정을 표현해내는 특유의 곡 해석력과 창법을 높이 평가한다.

"노래를 노래처럼 부르는 게 제일 싫어요. 멜로디.박자가 척척 맞는다고 노래 잘하는 건 아니죠. 그런 건 기계로도 할 수 있거든요. 노래란 누군가에게 설득력 있게 얘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노래하면 멜로디도 가사도 듣는 이의 가슴으로 파고드는 '대사' 처럼 느껴지죠." '박혜경식 창법'에 대한 설명이다. 어느덧 네번째 앨범이지만 이번 음반은 그녀에게 더 각별하다.

줄곧 함께 작업해온 작곡가 이상훈.박지원씨 등의 도움을 얻어 처음으로 프로듀싱에도 직접 참여했기 때문이다. 소박한 피아노 선율과 어쿠스틱 기타 등 자연스러운 악기가 주로 쓰였는데 여기에는 "내 목소리에는 따뜻한 음색의 악기가 더 잘 어울린다"는 그녀의 주장이 한몫했다.

이번 음반에는 '친구' '우린 1년을 만났죠' '사랑은 비를 타고 오네요'등 삶의 기쁨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밝은 노래들이 눈에 띈다. 상쾌.발랄한 분위기의 타이틀 곡 '안녕' 역시 신나는 뮤지컬에 딱 어울릴 듯 싶다.

'하루'의 작곡가 심현보의 새 작품인 '잔소리'는 가사.멜로디.창법에서 박혜경 특유의 매력을 듬뿍 담고 있다.

'싫어도 친구들 자주 봐요, 옷은 밝게 입어요, 눈물이 많은 사람은 만나지 마세요' 라며 사랑하는 연인을 떠나 보내면서도 이런저런 충고를 하는 여성의 마음 씀씀이가 사랑스럽게 표현된 이 곡은 아름답고 따뜻한 노랫말을 '속삭이듯' 전하는 '박혜경식 노래'가 어떤 것인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한다.

"가수가 안 됐으면 아마도 아주 게으른 아줌마가 되었겠지만 피터팬처럼 나이 같은 것은 잊고 산다"는 그녀는 "내 노래가 울려퍼지면 죽어 있던 나무들이 파릇파릇 새 잎을 피워낼 만큼 언제나 예쁘고 싱싱하게 노래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이은주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글=이은주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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