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의사 총파업 불러온 '전공의 근무시간' 논란…한국은?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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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의사들이 보건당국이 제시한 새로운 근로계약에 반발, 결국 총파업에 나서기로 했다.

영국 주요 일간지들은 지난 23일 영국의사회(BMA)의 쟁의행위 여부 투표결과를 전했다. 투표결과 찬성 98%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파업이 결정됐으며, 이에 따라 내달 1일과 8일, 16일 등 3일간 파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들이 총파업을 선택한 이유는 영국 보건부가 주말근무를 포함해 현행 주당 60시간으로 한정된 수련의들의 근무시간을 90시간으로 늘리는 근로계약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영국의사회 마크포터(Mark Porter) 회장은 “의료서비스에 지장을 주게 돼 유감스럽지만, 정부는 의사를 혹사시켜 오히려 환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계약을 도입하려 한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우리나라에선 주당 근로시간을 80시간으로 한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공의 특별법’ 논의가 한창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오늘(24일)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이 발의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안’ 일명 ‘전공의 특별법’을 논의할 예정이다.

살인적 근무강도…최대 168시간 연속 근무

우리나라 전공의들의 수련환경 및 근로여건은 매우 열악하다. 주당 100시간은 기본이고, 이마저도 응급실을 비롯한 야간 취약시간대에 집중돼 있다. 이에 따른 언어·신체적 폭력, 출산·육아에 따른 불이익 등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올해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절반(52.7%)이 넘는 전공의가 주 80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당 100시간을 넘는 전공의는 27.1%나 됐다.

25개 수련과 중 14개 과가 평균 100시간 넘게 근무하고 있었으며, 특히 외과계열이거나 연차가 낮을수록 주당 근무시간이 많았다.

최대 36시간 넘게 연속으로 근무하는 경우도 76.9%인 것으로 나타났다. 40시간을 초과하는 경우는 65.5%였다.

주당 근무시간 상위 5개과는 평균 168시간을 연속해서 근무하고 있었다. 일주일 내내 휴식 없이 근무한 셈이다.

병원이나 의국의 암묵적인 압박으로 인한 경우가 36.2%로 가장 많았고, 직접적인 지시에 의한 경우도 25.2%에 달했다.

인권침해 문제도 심각했다. 성희롱을 경험한 전공의가 33.0%였고, 성추행 경험은 13.7%였다. 언어폭력은 10명 중 9명(86.3%)이 경험했다. 신체폭력으로 이어진 경우도 30.5%에 달했다.


엇갈린 의협·병협…“환자안전 초래” vs “의료공백 발생”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전공의 특별법의 통과를 강력히 주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열악한 근무여건과 수련환경으로 인해 전공의들이 정상적인 진료활동과 체계적인 수련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의권침해는 물론, 궁극적으로 환자의 건강과 안전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의협은 “전공의가 병원 진료의 상당부분을 책임지고 있고, 야간 취약시간대의 전공의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에서, 수련 및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환자안전을 보장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역설했다.

전공의 특별법의 가장 큰 걸림돌은 대한병원협회의 반대다. 병협은 “의료공백으로 인한 국민 피해가 우려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한병원협회와 전국수련병원장 일동은 지난 19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은 공감하면서도, 이는 의료계 자율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공의 특별법을 무리하게 강행한다면 오히려 수련환경 개선을 저해하고 의료공백으로 인한 국민 피해가 유발할 거란 우려다.

전공의 업무를 대체하려면 3600여명의 의사 인력과 약 3,500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데, 법안에서는 예산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의협은 “전공의는 전문의가 되기 위해 수련을 받는 교육생인 동시에 진료를 상당부분 책임지고 있는 의사라는 사실을 수련병원들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선 수련병원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전공의 수련교육에 대한 수련병원 인센티브, 수가지원 등의 지원 대책과 전공의 교육비 지원 등에 대해 국가가 재정 지원을 충분히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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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구 기자 kim.jingu@jon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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