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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억6000만원 … 부산의 정 채워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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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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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부산 송상현광장에서 열린 ‘2016 나눔 캠페인’ 출범식. 참석자들이 사랑의 온도탑 제막 행사를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지난해 5월 박모(40·부산 사상구)씨는 까맣게 타버린 단칸방 앞에 앉아 사회복지사를 붙잡고 울었다. 일용직 노동자인 그는 낡은 주택에 세들어 살고 있었다. 그런데 집에 불이 나 가재도구가 모두 타버리고 말았다. 자치단체는 그를 도울 근거가 없어 도움이 되지 못했다.

 벼랑 끝에 내몰린 그에게 손을 내민 건 ‘사랑의 열매’였다. 박씨의 사연을 알게 된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긴급 지원금 100만원을 건넸다. 기초생활수급자인 박씨가 한 달 이상 일해야 벌 수 있는 큰 돈이었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는 적은 금액일지 몰라도 당시 내게는 무엇보다 큰 힘이 됐다”며 고마워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박씨처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돕는 사회복지법인이다. 시민들에게 성금을 모아 도움이 필요한 곳에 전달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업이 ‘긴급 지원사업’이다. 갑작스런 재난이나 경제적 상황 악화 등으로 어려움에 빠진 개인과 단체가 지원 대상이다.

 부산 사하구 이모(71)씨도 지난해 긴급 지원을 받았다. 가족 없이 홀로 지내던 이씨는 지난해 6월 직장암 판정을 받았다. 수술이 필요했지만 저축한 돈이 없었다. 기초생활비가 그의 유일한 소득이었다. 모금회 측은 박씨에게 수술비 50만원을 지원했다. 부족한 금액은 보건소 등의 지원을 받아 무사히 수술을 마친 뒤 건강을 회복했다.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측은 “지난해 이씨 같은 이들에게 수술비와 생계비로 23억8000만원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기획사업’도 있다. 모금회 측에서 성금을 어떤 곳에 쓸지 선정해 고아원 등 복지시설을 돕는 방식이다. 재정 지원을 요청하는 기관·단체를 심사해 지원금을 주는 ‘신청사업’도 있다. 부산에서만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총 671억5900만원을 모금했다. 이 중 지난해에만 227억원이 지원됐다. 기초생활·생계·주거 분야 지원이 116억원으로 절반에 달했다. 대상별로는 아동·청소년이 48억21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노인(37억6100만원), 장애인(20억51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모금은 올해도 이어진다.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 23일 부산진구 송상현광장에서 ‘희망 2016 나눔 캠페인’을 시작했다. 올해는 ‘나의 기부, 가장 착한 선물’을 슬로건으로 88억6000만원을 모으는 게 목표다. 8860만원을 모을 때마다 1℃씩 올라가는 사랑의 온도탑이 광장에 설치됐다. 목표액을 달성하면 100℃가 된다. 지난해에는 84억2200만원이 목표였는데 86억1500만원을 모아 온도계가 102.3℃를 기록했다.

 박영희 모금사업팀장은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나눔에 동참하는 시민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며 “도움이 꼭 필요한 곳에 성금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051-790-1400)에 문의하거나 구·군청, 동주민센터 성급 접수처 등을 통하면 참여할 수 있다. ARS(060-700-0077)를 이용하면 한 통화당 성금 2000원을 기부할 수 있다.

글=차상은 기자 chazz@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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