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제조업 스마트 혁명의 마중물, 소재·부품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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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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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지난 20여 년간 제조업의 허리인 소재·부품산업은 괄목할 성장을 했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94년 소재·부품 무역수지는 49억 달러 적자였지만, 지난해 1078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올 10월까지 누적 흑자도 882억 달러를 기록해 2년 연속 1000억 달러 흑자가 확실시 된다. 질적 발전도 놀랍다. 반도체, 평판 디스플레이, 2차전지 등 주요 전자부품은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고, 자동차 부품도 주요 글로벌 메이커로부터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으로부터의 소재·부품 수입비중도 1994년 34.9%에서 올해는 사상 최저치인 16.7%까지 하락했고, 소재·부품 수출이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사상 최대치인 50.5%를 기록하면서 어려운 대외 여건속에서도 수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2001년 부품·소재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정부가 일관되게 정책을 추진하고 기업이 불굴의 정신으로 혁신에 매진한 결과다.

 물론 최근 고부가가치 제품에까지 무섭게 추격하고 있는 중국과 엔저를 바탕으로 가격경쟁력까지 무장한 일본 사이에서 한국 소재·부품산업이 소위 ‘신 넛크래커’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1990년대말 디지털 시대로 전환되는 시기에 시대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선제 대응해 성공신화를 만들었듯이, 스마트공장과 사물인터넷(IoT) 확산으로 대표되는 제조업 패러다임 변화와 산업융합의 흐름을 잘 활용한다면 한국 소재·부품산업이 다시한번 위기를 극복하고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확신한다. 정부도 선진국 추격을 목표로 추진하던 ‘부품·소재발전전략 1.0’을 뛰어넘어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소재·부품발전전략 2.0’을 계획중이다. 아울러 ‘세계 10대 일류소재 개발사업(WPM)’과 ‘20대 SW 융합형 부품개발’을 통해 융합 신산업의 조기 상용화에도 박차를 가하는 한편, 소재부품 전문기업이 자유무역협정(FTA)망을 활용해 세계 가치사슬에 진입할 수 있도록 글로벌 파트너십 사업도 추진중이다. 1030억원 규모로 조성된 소재부품전문펀드는 유망 중소기업의 성장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다.

 소재·부품산업은 특성상 최종 수요업체와의 유기적 협업이 중요하다. 다행히 한국은 자동차, 스마트폰, 가전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세트산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정부는 소재·부품기업과 수요기업 간 전략적 협력도 적극 지원해 나갈 것이다. 24일부터 한국 소재·부품산업의 발전상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소재·부품산업주간’이 열린다. ‘소재강국, 부품대국, 소재·부품이 함께하는 제조업 혁신 3.0’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소재부품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글로벌 수요기업 수출상담회’ , ‘수요기업 정책설명회’ 같은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소재·부품산업이 제조업의 스마트 혁명과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의 든든한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전·후방산업이 함께 ‘팀 코리아(Team Korea)’의 이름으로 세계시장을 향해 달려 나가기를 기대한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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