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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층 바리케이드 사이 두고 진압병력·인질범 격렬한 총격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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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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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무장단체 인질극이 발생한 아프리카 말리 수도 바마코의 래디슨 블루 호텔 앞에서 특수부대원들이 군용 차량 뒤에 숨어 호텔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5성급인 이 호텔 인근에는 외교단지가 위치해 있다. 평소 외국인 관광객과 사업가, 항공사 직원, 유엔평화유지군 대원들이 많이 묵는다. [바마코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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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후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다).”

알카에다 연계 '알무라비툰' 괴한들
"알라는 위대" 외국인 찾는 호텔 습격
붙잡혔던 인질 상당수가 프랑스인
최근 "내전 개입 프랑스 공격" 위협
한국 교민 20여 명은 모두 무사

 20일 오전(현지시간) 서아프리카 말리의 수도 바마코 중심가의 5성급 호텔 ‘래디슨 블루’에 들이닥친 무장 괴한들은 총기를 난사하며 대규모 인질극을 시작했다. 인질극은 지난 8월 말리 중부 세바레의 한 호텔에서 인질극을 벌여 유엔 파견 근무자를 포함해 17명을 살해했던 알카에다와 연계된 알무라비툰이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일주일 전 130명(20일 현재)이 숨진 파리 테러를 벌인 수니파 급진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와 이번 인질극이 관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러시아 여객기 테러와 파리 테러 등에 자극 받은 이슬람 무장세력들의 테러가 유럽 밖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프랑스는 과거 식민지였던 말리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확대하자 2013년 말리 정부군을 지원하고자 군대를 파견하는 등 말리에 군사적 지원을 해왔다.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를 발행하는 미국외교협회(CFR)에 따르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은 프랑스를 “멀리 있는 적”이라고 칭하며 프랑스를 겨냥한 공격을 위협했다. 그들은 그동안 말리 내전에 간섭해 온 프랑스 공격을 촉구해왔다.

 이날 인질극은 외국인이 주로 거주하는 도심 외교단지 인근에 위치한 호텔에서 오전 7시쯤 발생했다.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이날 AK-47 소총과 수류탄으로 무장한 괴한이 호텔에 난입해 투숙객 140명과 호텔 직원 30명을 잡고 인질극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난입과 진압 과정에서 테러범을 포함해 27명이 사망했고 인질들은 사건 8시간 만에 모두 풀려났다. 범인은 이슬람 경전 쿠란을 암송하는 인질들을 미리 풀어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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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극이 발생한 래디슨 블루 호텔. [트위터]

유엔평화유지군 말리 대변인은 이 호텔이 유엔 현지 본부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호텔에는 10여 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머물고 있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이들 중 4명은 자신의 웨이신(중국판 메신저)을 통해 중국 매체에 현장 소식을 실시간으로 타전했다. 이들은 처음 총소리가 들린 뒤 복도와 객실 안으로 화약 냄새가 풍겨왔으며 무선 인터넷이 잠시 끊기기도 했다고 전했다. 말리에는 중국이 지난 5월 파견한 공병과 경비부대 등 395명이 머물고 있다. 중국 경비부대는 실전 능력도 갖추고 있다.

 호텔 투숙객은 프랑스인이 다수였지만 다양한 구성이었다. 인도인 20명, 에어프랑스 직원 12명, 터키항공 직원 6명, 알제리인 7명도 포함됐다. 이들 중 인도인·알제리인과 에어프랑스 직원 전원, 터키항공 직원 5명이 탈출했다.

 사건 직후 출동한 말리 특수부대와 미국·프랑스 특수요원, 유엔평화유지군은 호텔을 둘러싸고 테러범들과 대치했다. 군경은 호텔 7층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대치한 범인들과 격렬한 총격전을 벌인 끝에 진압했다.

앞서 미국대사관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인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파리 테러를 당한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인질 구출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경찰특공대 50명을 급파했다.

 한국인 피해는 없다고 말리를 관할하는 세네갈 주재 한국대사관 측이 밝혔다. 현지 한인회를 통해 지금까지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경진 기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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