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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종섭·윤상직 장관 나타나면 “진실한 분들 오셨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선거용 악수 연습 좀 더 하셔야겠네~.” “정치인들 손은 이렇게 안 뻣뻣하던데….”

출마 희망 국무위원에 농담 유행
유기준·유일호엔 “진실한 복귀자”
친박·비박 방황하는 초·재선 놓곤
친박계 “진실한 길로 이끌어야”

 지난 10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무회의 직후 티타임 시간이었다. 몇몇 장관이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에워싼 채 농담 섞인 핀잔을 주고 있었다. 정 장관은 이틀 전(8일) 총선 출마를 시사하면서 장관직 사의를 밝힌 상태였고, 윤 장관도 부산 출마설이 무성한 상태였다.

 그러던 중 최경환 경제부총리, 황우여 교육부총리, 김희정 여성부 장관 등이 티타임장에 들어섰다. 공교롭게도 국회의원을 겸하고 있는 국무위원들이었다. 이들과 악수를 나눈 장관들에게서 다시 농담이 쏟아졌다.

 “두 장관님(정 장관과 윤 장관)이 바로 이 (악수) 기술을 배워야 해요.”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3년째 경제 관련 법안을 처리하지 않고 있는 19대 의원들을 강하게 성토했다. 그러곤 “앞으로 국민을 위해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당시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국회가 경제 관련 법안을 하루빨리 처리해 달라고 강조한 것”이라며 “선거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이 발언을 들은 국무위원들은 총선 출마 장관들을 화제로 이야기꽃을 피운 셈이다.

 실제로 ‘진실한 사람’ 발언이 공개된 뒤 내각엔 총선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총선 출마를 희망하는 한 장관은 요즘 다른 장관들에게 틈만 나면 전화를 건다고 한다. “절대 혼자 움직이면 안 된다. 꼭 같이 나가자”고 다짐받기 위해서다. 그만둘 시기를 혼자만 놓쳐 출마하지 못하게 될까 봐 걱정돼서다.

 여권 내에선 국무위원들 중 총선 출마 희망자를 ‘진실한 사람’이라고 부르는 게 유행이 됐다. 의원 겸직 장관들이나 정종섭·윤상직 장관이 예산안 심사 때문에 국회에 나타나면 새누리당 의원들은 농반진반으로 “진실한 분들이 오셨다”고 인사를 건넨다. 특히 박 대통령이 지난 10일 ‘진실한 사람’ 발언을 할 당시 대통령 옆에 순서대로 앉았던 최경환 부총리-정 장관-윤 장관-김희정 장관 등 4명을 “진실한 멤버”, 당시 대통령과 4명이 찍힌 국무회의 장면 사진을 “진실한 사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내각에서 당으로 복귀한 유기준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나 유일호 전 국토교통부 장관에겐 ‘진실한 복귀자’란 꼬리표도 따라다닌다. 친박계 중진들은 “친박-비박 사이에서 방황하는 초·재선 의원들을 ‘진실한 길’(친박 쪽)로 이끌어야 한다”는 얘기도 스스럼없이 한다. 한 비박계 인사는 “대통령이 한마디한 뒤 여권 내에는 ‘진실한’이라는 형용사가 난무하고 있다”며 “형용사 과잉 시대”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김무성-서청원 비공개 회동=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은 19일 비공개로 회동했다. 한 달 넘게 공전 중인 ‘공천룰 논의 특별기구’ 구성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두 사람은 지난 16일 당 공개회의 때 공천관리기구 문제를 놓고 “내가 핫바지냐”(서 최고위원), “회의 그만하자”(김 대표)고 언성을 높였다. 19일 회동에서 두 사람은 일단 화해부터 했다고 한다. 이어 “공천룰 논의 기구 문제를 이번 주 내로 풀자”는 데도 합의했다.

  하지만 특별기구 위원장을 놓고는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황진하 사무총장을 앉혀야 한다는 김 대표의 주장에 여전히 서 최고위원이 반대해서다. 두 사람은 이번 주까지 의견을 조율해 2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 특별기구 구성안을 올리기로 했다.

남궁욱·박유미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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