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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과부·지하드 제인 … 폭탄조끼 여성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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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번에도 여성 테러리스트가 있었다.

세계 떨게 하는 여성 테러리스트
IS, 차별받는 이슬람 여성 부추겨
미국·유럽 10대까지 범행에 동원

 지난 1월 파리 유대인 식료품점 테러에 이어 세계는 또다시 여성 ‘지하디스트(성전에 나선 전사)’에 공포를 느껴야 했다. 18일 프랑스 경찰의 테러범 진압작전 도중 자살폭탄을 터뜨린 금발 여성은 이번 테러의 설계자인 압델하미드 아바우드의 사촌여동생 아스나 아이트불라센(26)이다. 그는 2012년까지 파리에서 건설회사에 다녔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같은 날 나이지리아 북부 카노에서는 11세, 18세 두 소녀가 자살폭탄 테러를 일으켜 70여 명의 사상자를 냈다.

 1월 파리 테러 때 이슬람국가(IS) 테러리스트 쿨리발리의 동거녀였던 하야트 부메디엔은 인질극에서 5명을 살해하는 데 가담했다. ‘프랑스에서 가장 무서운 여성’으로 급부상한 부메디엔은 경찰 수배를 비웃듯 올 2월 시리아로 건너가 IS 홍보잡지와 인터뷰까지 했다.

최근 들어 IS에 여성의 가담이 두드러진다. 호주·오스트리아·벨기에·프랑스·독일·네덜란드·스페인·영국·미국 등 출신도 다양하다. 미국 싱크탱크 뉴아메리카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테러리스트가 되려 시리아에 입국했거나 입국 시도 중 체포된 사람은 455명이다. 이 중 8%가 서구 여성이다. 평균 연령은 18세다. 유럽 출신의 대표적인 여성 테러리스트는 2005년 이라크에서 미군 호송차량을 향해 자폭테러를 감행하고 숨진 벨기에 여성 무리엘 드고크(당시 38세)다. 드고크는 알제리 출신 무슬림과 결혼한 뒤 이슬람으로 개종했고 모로코 출신 남성과 재혼하면서 무슬림 여전사가 됐다. 이들이 테러리스트가 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IS는 서구 사회에서 차별받는 무슬림의 좌절감을 건드린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서구에는 ‘무슬림=테러리스트’라는 인식과 함께 반(反)이슬람 정서가 커졌다. 특히 히잡을 쓴 여성은 남성보다 더 차별을 받는다.

 남편의 원수를 갚기 위해 여전사로 투신하는 경우도 있다. 동유럽에서는 2000년대 ‘검은 과부(black widow, 독거미라는 의미도 있음)’라고 불리는 여성들의 자살폭탄 공격이 비행기 폭파를 포함해 최소 16건 일어났다. 160여 명의 사망자를 낸 체첸군의 모스크바 문화극장 인질극 등이 대표적이다.

 테러리스트에 대한 연민이나 애정이 ‘잘못된 선택’을 낳기도 한다. IS의 신부가 되겠다며 시리아로 출국하려던 미국과 영국 10대 여학생들도 나왔다. ‘지하드 제인’이라는 가명으로 활동한 미국인 콜린 라로즈는 이슬람 테러 지지자들에 동조해 테러범이 됐다. 그는 2009년 이슬람 선지자를 조롱한 스웨덴 만화가를 죽이려는 범죄에 가담했다가 체포돼 10년형을 선고받았다.

 ‘부창부수’ 테러리스트도 있다. 영국 국적의 서맨사 르트와이트는 ‘하얀 과부’로 불린다. 남편인 저메인 린지는 2005년 26명이 숨진 런던 지하철 폭탄테러범이었고 아내는 2013년 케냐 나이로비 쇼핑몰 테러를 지휘했다.

 IS의 전신인 이라크 알카에다 시절부터 여성 포섭책이 있었다. 알카에다는 2003년 여성 자살폭탄 공격부대를 창설하고 여전사들의 훈련캠프도 세웠다.

서유진·하선영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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