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파업시대] '떼쓰는 노조' 많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한마디로 어이가 없습니다."

요즘 노조가 들고 나오는 요구사항에 대한 정부와 재계의 공통적인 반응이다. 무리한 요구가 많다는 얘기다.

정부 내에서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는 노동부 관계자도 "노조의 요구사항을 보면 파업에 들어가기 위해 작정을 한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예컨대 철도노조는 "철도청을 공사화하되 특별법인체로 설립해 정부의 통제간섭을 받지 않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민영화를 반대하면서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겠다는 식의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를 하고 있다"며 황당해한다.

기업에서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자동차는 다임러크라이슬러와 4억유로(약 5천2백억원)에 달하는 상용차부문 투자합작사업에 합의하고도 지금까지 법인을 설립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가 ▶격려금 지급 ▶노조의 인사.경영 참여 ▶고용안정기금 적립 ▶신규채용시 비정규직 고용 제한 등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일이 꼬인 것이다. 사측은 이를 '무리한 요구'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김동진 사장은 "다임러측이 현대차 내부의 복잡한 노사관계 때문에 일을 할 수가 없다며 빨리 해결할 것을 요구해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만약 합작이 무산되면 외자유치와 기술이전 효과를 노리던 현대차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는 셈이다. 게다가 한국의 대표 기업조차 노조의 요구에 발목이 잡히는 마당에 한국의 어느 기업과 손을 잡겠느냐는 인식이 외국인에게 각인될 우려도 있다.

이와 관련, 국무총리실 노동정책과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의 요구는 일반적인 수준을 넘어선 것"이라며 "이로 인해 국가경제가 피해보는 것에 대해선 별 고려를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사정위의 한 공익위원은 "최근 들어 노동계가 국가경제나 하청업체 등의 피해는 생각지 않고 극단적인 분배와 자기 이익 챙기기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