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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행복지수 꼴찌 한국, 부모가 달라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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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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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는 삶의 의미부터 찾아줘야 하지 않을까요. ‘성공’이라는 결과보다 아이 자체를 그대로 인정해 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가디너 국제어린이재단연맹 총장
“아이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세요”

 서울 어린이재단빌딩에서 지난 13일에 만난 멕 가디너(56·사진) 국제어린이재단연맹 사무총장은 이렇게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한국이 아동 행복지수 최하위권에 속하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때였다. 그는 20일의 ‘세계 어린이의 날’을 앞두고 서울에서 열린 국제어린이재단연맹 회의(9~12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연맹은 2002년 한국의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등 12개국 아동 NPO(비영리단체)들이 조직한 단체로 매년 5억 달러(약 5800억원) 이상을 전세계 아동 지원에 쓰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아동 보호에 대한 논의가 주로 이뤄졌다. 가디너 사무총장은 “교육 스트레스는 미국 등에서도 비슷하게 겪는 문제다. 다만 그 정도의 차이가 다소 있을 뿐이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사무총장직에 오른 그는 NPO에서 잔뼈가 굵은 아동·여성 전문가다. 20여 년간 세이브더칠드런, 유니세프 등 다양한 단체를 거쳤다. 그는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확고한 지론을 갖고 있다. ‘작은 관심이 아동의 미래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몇 년 전 태국에서 성매매를 하던 13살 소녀를 만났다. 손님한테 써야 한다는 이유로 NPO에서 영어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해줬더니 삶의 의지를 되찾았고, 직업 훈련을 거쳐 성매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가디너 총장은 부모는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아이는 가르치고 인도해야 하는 대상이 아닙니다. 아이를 스스로 변하는 주체로 인정해야 합니다.”

 그는 영유아기가 특히 중요하다고 했다. 0~3세에 뇌가 활발히 발달하는 만큼 영양소 공급과 교육도 이 시기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만약 대학 하나를 지을지, 영유아 교육 기관 30개를 만들지 물어본다면 후자를 택하겠습니다. 기초가 튼튼해야 그 사회가 발전할 수 있습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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