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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정의 High-End Europe] 맛있고도 즐거운 노르망디 사과술의 길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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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한 비브롱앙오쥬의 거리.

 프랑스 파리에서 북서쪽으로, 영국 해협을 향해 펼쳐진 지방이 노르망디이다. 노르망디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은 10세기 바이킹의 후손인 노르만 인들이 이곳에 나라를 세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노르만인의 땅’이라는 뜻이다. 바다 건너 영국이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곳인 만큼 오랫동안 프랑스와 영국, 두 나라 틈새에서 고달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잔다르크의 고향으로, 프랑스 땅이지만 지금도 영국 문화의 잔재가 많이 남아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개울가의 팀버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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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르망디는 북서쪽이라는 지리적 위치에 산지와 구릉이 많고 습도가 높아 다른 대부분의 프랑스 지방과 달리 포도 재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밀보다 메밀이 더 많기도 하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이 즐기는 것이 사과술, 그리고 메밀로 만든 크레이프인 갈레트(Galette)이다. 사과 양조주인 시드르(Cidre)와 증류주인 칼바도스(Calvados)가 노르망디의 술이다.

30년 이상 숙성된 칼바도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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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드르는 여러 가지 사과를 섞어 즙을 만든 후 발효하여 만드는 술이다. 사과를 섞는 비율은 각 양조장 만의 비밀이다. 시드르를 영어로는 사이다(Cider)라 하지만 청량음료로 즐기는 사이다와는 다르다. 발효 중 과즙 안의 당분이 알코올로 변하게 되는데 포도만큼 당분이 많지 않아 와인보다 알코올 도수는 낮은 편이다. 맥주와 비슷한 5%내외이다. 술로 변하면서 과즙이 가졌던 단 맛은 당연히 없어진다. 사과술이라는 이름 때문에 달콤한 술을 생각했던 사람들은 얼굴을 찡그리게 될지도 모르지만 쥬스일 때 느끼지 못했던 쌉쌀한 특유의 풍미가 새로 생겨난다.

아늑한 시드르 양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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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드르를 증류하면 칼바도스가 된다. 와인을 증류하면 브랜디를 얻는 것과 같다. 그래서 칼바도스를 애플 브랜디라 부르기도 한다. 도수는 50%내외로 높다. 일반적으로 시드르나 칼바도스가 와인이나 브랜디보다 낮은 등급의 술로 취급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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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칼바도스와 시드로로 가득한 주류전문점.

 하지만 와인에 비해 생산되는 지역이 좁고 생산량이 적어 그렇게 평가되는 점도 없지 않다. 칼바도스 역시 프랑스 정부가 인정하는 원산지 통제 명칭(AOC Appellation d’Origine Controlee)을 부여받은 술로, 그 중에서도 뻬이 도주(Pays d’Auge)에서 생산되는 것을 최고로 친다. 브랜디와 마찬가지로 오크통에서 오랜 숙성을 시키기에 노르망디 현지에 가면 30~50년씩 숙성된 칼바도스도 종종 만나볼 수 있다. 연륜이 쌓인 짙은 빛깔의 칼바도스는 그 맛이나 향에서 사과를 떠올리기 어려운 깊은 매력을 느끼게 해준다.

 보르도나 부르고뉴에서 느끼게 되는 고급스러움이나 커다란 규모의 양조장은 보기 어렵지만, 사과술이 만들어지는 노르망디의 마을들에서는 그것과는 또 다른 아기자기한 즐거움을 만날 수 있다. 노르망디의 대도시 캉(Caen)의 서쪽, 약 40km에 이르는 사과술의 길(La Route du Cidre)을 따라가다보면 아름다운 프랑스 농촌 풍경 속에 사과 과수원과 양조장들이 숨어있다. 노르망디를 대표하는 팀버 하우스로 가득한 비브롱 앙 오주(Beuvron en Auge)나 깜브레머(Cambremer) 같이 그림 같은 마을을 지나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사과 과수원과 숲 사이사이로는 중세의 고성과 장원, 시골 장터들도 구석구석 등장한다. 이 길은 풍경을 감상하며 자동차로 돌아도 좋고 자전거를 타도 좋고, 느긋하게 천천히 걸어서 돌아봐도 좋다. 선택된 곳만이 받을 수 있는 ‘크루 드 깜브레머Cru de Cambremer’라는 표지판이 붙은 농장이나 양조장에서 그때그때 원하는 대로 시음을 해봐도 좋다. 예약이 필요한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다. 오래된 빈티지의 칼바도스를 맛보는 것이 아니라면 별도의 요금도 필요 없다.

노르망디 해산물 플레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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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바도스와 함께 맛봐야하는 것은 노르망디의 메밀 크레이프 갈레트, 이즈니(Isigny)의 버터와 유제품, 노르망디 해안의 해산물이다. 위도가 높고 구릉이 많은 노르망디는 일찍부터 목축업이 발달해왔고 해안은 바닷가재와 홍합요리가 유명하다. 더불어 그 유명한 까망베르(Camembert) 치즈도 노르망디 것이다. 사과술의 길에서 멀지않은 곳에 까망베르 마을이 있다. 매년 8월에는 2주 동안 중세 고성 축제가 열린다. 사과술이 처음 만들어진 중세 모습 그대로, 아직도 남아있는 고성에서 술을 만들고 축제를 즐기는 모습을 함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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