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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마음으로 울고, 다시 태어난 강상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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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수도군단 강민우 상병]

“전우들이 건넨 치료비 500만원에 속으로 한참을 울었습니다.”

육군 수도군단 강민우(25) 상병은 육군이 지난 9월 주최한 ‘병영문화 혁신 감동 스토리’ 공모전에 제출한 수기에 이렇게 썼다. 육군 16일 '병영문화 혁신 감동 스토리' 입상작을 공개했다. 이날 최우수상을 수상한 강 상병은 지난해 6월 입대했다. 기초생활 수급대상자로 본인이 희망할 경우 병역의 의무를 면제받을 수 있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사회생활에 지쳐 군대를 피난처로 삼고 싶었던 그는 군대에서 다시 태어났다고 한다.

여기엔 부대 간부들과 동료들의 관심과 도움이 컸다.
그는 수기의 소제목을 '이보다 나쁠순 없다'(입대전), '여전한 사고뭉치'(입대직후), ' 변화의 시작'(자대 배치후), '나에게 찾아온 위기'(군복무중 아버지 부 상), '힘든 나에게 힘이 되어준 전우들', '나는 계속 간다'로 나눴다.

강 상병은 군 복무를 하던 중 아버지가 등산하다가 낙상해 다리와 골반 골절 광대뼈 골절 등 중상을 입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강 상병은 “사고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정신없이 달려갔다”며 “내가 본 아버지의 얼굴은 찢어지고 퉁퉁 부어서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강 상병은 아버지가 수술하던 날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강 상병은 “아버지가 수술을 받던 날 생존 확률이 50%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다”며 “이를 전해 들은 전우들의 걱정과 격려 속에 아버지는 수술을 무사히 마쳤다”고 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뿐, 또 다른 걱정거리가 생겼다. 가정 형편상 수백만 원에 달하는 병원비는 지불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머니는 장애로 정상적인 외부활동이 불가능하고 그런 어머니를 돌보는 역할까지 고3 동생이 해야 하므로 병간호는 꿈도 못 꾸는 상황이었다.

강 상병이 부대 중대장에게 사정을 털어놓자 며칠 만에 주임원사와 행정보급관, 분대장이 병원으로 찾아와 강 상병에게 500만 원을 건넸다. 부대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아버지의 병원비였다. 강 상병은 수기에서 “고마운 마음에 속으로 한참 울었다”고 회상했다.

“수백만 원이나 되는 아버지의 병원비를 마련하지 못해 끙끙 앓던 때였다. 병원으로 대대 주임원사님이 찾아와 부대원들의 성의라며 흰색 봉투를 주고 갔다. 난 500만원이라는 생각지 못한 커다란 금액에 너무나 놀랐다. 특히 우리 중대원들 중에 자신의 한 달 치 월급 전체를 선뜻 낸 전우가 있었다는 말을 들었고 평소 담배 한 개비에 전전긍긍했던 그 녀석들의 얼굴을 생각하며 한참을 속으로 울었다.”

강 상병은 가족의 생계를 떠안게 된 사람에게 허용되는 ‘의가사 전역’을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시절 따뜻한 마음을 베풀어 준 전우들과 차마 헤어질 수 없어 남은 군 생활을 다하기로 했다.

강 상병은 군 생활에서 얻은 것은 아버지의 병원비만은 아니었다. 어려운 가정 형편을 비관했던 그는 학창 시절 술과 담배를 즐기고 가출을 하는 등 ‘문제아’로 통했다. 하지만 군에서 부대원들과 신뢰와 애정의 관계를 맺으며 긍정적인 인생관을 갖게 됐다.

강 상병은 종종 ‘만약 군에 오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한단다. 그러면서 군대를 “중요한 인생 수련의 장이며 무엇보다 평생 함께 가는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난 군에 와서 꿈을 찾았고 나의 사랑하는 조국 대한민국의 멋진 전우들도 얻었다. 사랑한다. 너무나 고맙다. 내가 받은 은혜 열심히 살아가면서 꼭 갚겠다.”며 글을 맺었다. 육군은 이날 강 상병을 비롯해 이번 공모전 수상자 18명에게 상장과 상금을 수여했다. 육군은 수상작을 장병 인성교육 자료로 활용함으로써 병영문화 혁신에 기여하도록 할 방침이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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