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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이념 갈등 없는 세상~” 테러현장 울려퍼진 ‘이매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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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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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로 89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파리 바타클랑 극장 앞에서 14일(현지시간) 독일 출신 음악가 다비트 마르텔로가 공포와 슬픔을 극복하자는 의미로 존 레넌의 ‘이매진’을 피아노로 연주하고 있다. ‘이매진’은 전쟁 반대와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노래다. [파리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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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들은 파리 테러를 추모하는 다양한 이미지를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위부터 눈물흘리는 눈동자에 비치는 프랑스 국기, 테러가 발생한 11월 13일에 눈물 흘리는 이미지, 반전 마크 안에 파리 에펠탑을 넣은 문양과 기도 구호, 페이스북 프로필에 프랑스 국기를 덧씌운 마크 저커버그 회장. [트위터·페이스북]

이번 파리 테러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파리 11지구의 바타클랑 극장 앞에는 14일(현지시간) 존 레넌의 ‘이매진(imagine)’이 울려 퍼졌다. 무고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진 이곳에 한 남성이 피아노를 끌고 나타났다. 그는 악보 없이 ‘이매진’을 연주했다. ‘이매진’은 반전주의자였던 록 그룹 ‘비틀스’의 멤버 존 레넌이 종교와 이념 갈등이 없는 세상을 기원하면서 만든 노래다.

줄잇는 애도 … 빛난 시민정신
U2, 콘서트 취소하고 현장 찾아
저커버그 등 SNS 해시태그 동참
테러 당시 트위터에 ‘문호 개방’
시민들이 무료 피난처 제공도
축구장에 있었던 수만명 관중
국가 합창하며 질서 있게 대피

 연주자는 독일 출신의 음악가 다비트 마르텔로였다. 그는 공연 뒤 페이스북에 “파리, 당신과 함께합니다”란 글을 올리며 “자유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나가자”고 썼다. 프랑스·독일 친선 축구경기를 보던 그는 광기 어린 테러 소식을 접하고 곧장 파리로 넘어왔다. 그는 2013년 터키 이스탄불의 반정부 시위 현장을 비롯, 세계 35개국을 돌며 연주해왔다. 아일랜드 출신의 세계적인 밴드 ‘U2’는 14일 예정됐던 파리 콘서트를 취소하고 추모 현장을 찾아 헌화했다.

 음악은 테러 공포 속에서도 프랑스인들에게 용기를 줬다. 지난 13일 테러가 일어난 축구경기장에 있던 수만 명의 관중은 사람 몇 명이 겨우 지나가는 좁은 출구로 대피하면서도 질서를 지켰다. 이들은 프랑스 국가인 ‘라 마르세예즈’를 합창하며 두려움을 이겨냈다.

 페이스북 등에는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 배우 엠마 왓슨, 가수 비욘세·마돈나 등 유명인들의 추모가 이어졌다.

 아비규환 속에서도 숨은 영웅들이 있었다. 극장 맞은편에 사는 마르가리다 소사라는 여성은 ‘착한 사마리아인’ 정신을 발휘해 40여 명의 부상자를 자택으로 피신시켰다. 시민들은 14일 트위터에 ‘#PorteOuverte(문호 개방)’이라는 글을 올려 피해자들에게 무료로 피난처를 제공했다. 르몽드지는 경찰관 한 명이 시민들을 구하다 테러 현장에서 숨지고 한 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풍자매체인 샤를리 에브도에 기고했던 언론인 출신의 외과의사 파트리크 펠루(52)는 지난 1월 파리 테러에 이어 이번에도 의료진으로 활약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응급실에서 근무하던 펠루가 후송된 환자들을 밤새 돌봤다고 보도했다. 지난 1월 샤를리 에브도 총격 테러 때도 그는 병원에서 현장으로 달려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에게 전화로 상황을 직보하며 부상자들을 치료했다. 이번 테러 발생지 중 한 곳인 바타클랑 극장은 샤를리 에브도에서 500m 떨어져 있다. 10개월 만에 재현된 악몽에 그는 분노했다. 12년간 샤를리 에브도에서 일했던 그는 지난 1월 테러로 동료 8명을 잃었다. 그는 프랑스 언론에 “프랑스는 강하다. 두려워하지 말자”며 “학교에서 청년들에게 ‘테러리스트들은 나치와도 같은 존재’라는 점을 가르쳤으면 한다”고 말했다.

 희생자 중에는 유니버설뮤직 프랑스 대표인 파스칼 니그레가 있었다. 희생자들의 국적은 다양했다. 튀니지·루마니아·칠레 국적자가 각각 두 명씩 희생됐고 스웨덴·스페인 국적자도 각각 한 명씩 숨졌다. 런던정경대(LSE) 출신으로 파리에서 근무 중이던 발렌틴 리벗(26) 변호사,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학생인 노헤미 곤살레스(23)는 20대의 꽃다운 나이에 변을 당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서유진·조혜경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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