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14년 방치된 테러방지법 재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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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정부는 토요일인 14일 청와대, 외교부, 경찰청, 국민안전처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재외국민 안전대책 및 종합상황 점검회의’를 열었다. 회의를 주재한 외교부 조태열 2차관은 “지금까지의 테러 사건과는 성격과 양상이 좀 다른 것 같다”며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테러가 발생한 것에 비춰 9·11 테러와도 유사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회의에서는 ▶대테러 인식 제고 방안 ▶범정부 차원에서의 대테러 경계 태세 강화 및 보완대책 수립 ▶테러 용의자들에 대한 철저한 동향 파악 및 입국 규제 등이 논의됐다.

“피해 확인된 우리 국민 아직 없어”
외교부, 프랑스 여행경보 첫 발령

 여행경보도 내렸다. 테러가 발생한 파리와 인근 지역에는 2단계 황색경보(여행 자제)를, 그 외의 프랑스 전 지역에는 1단계 남색경보(여행 유의)를 발령했다. 한국 정부가 프랑스에 여행 경보를 발령한 건 처음이다.

 외교부 영사콜센터에는 가족 등의 안전 여부를 확인하려는 전화가 몰리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평소 주말 전화상담 건수가 600건이 좀 안 되는데, 이번 주말엔 1000건이 넘었다”며 “다행히 연락 두절이거나 피해가 확인된 우리 국민은 없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에 체류 중인 한국 국민은 약 1만 4000명이다.

 법무부는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대테러상황실을 운영하며 24시간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 김현웅 법무부장관은 전국 공항·항만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비상근무령을 내리고, 입국 심사 강화와 위·변조 여권에 대한 감시 강화를 지시했다.

 프랑스 파리가 IS(이슬람국가)에 의해 테러를 당하면서 국내에도 비상이 걸렸다. 국회 정보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은 최근 “IS 동조자 5명이 질산암모늄을 우리나라에서 밀반출하다가 적발됐다”고 주장했다. 질산암모늄은 폭약의 원료가 될 수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테러방지법안의 처리를 강조하고 나섰다. 9·11 테러 직후인 2001년 11월 테러방지법이 처음 발의됐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안 되고 폐기됐다. 19대 국회엔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이 국정원장 직속 국가대테러센터 설치를 골자로 하는 ‘국가대테러활동과 피해보전 기본법’을 대표발의하는 등 대테러 관련 법안 5건이 계류중이다. 하지만 금융거래·통신이용 정보 분석 등의 권한을 국정원에 내줄 수 없다며 야당이 반대해 테러방지법안은 10년이 넘도록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15일 “관련 법안들의 처리를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이르면 18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테러 방지 종합대책을 논의한다.

유지혜·박유미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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