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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과 혼란 대신, 하나 되어 국가(國歌) 부른 파리 시민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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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프랑스와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 간의 친선 경기가 열린 파리 북쪽 스타드 드 프랑스 스타디움. 전통적인 앙숙 간의 대결답게 13일(현지시간) 열린 이날 경기엔 8만 명의 관중이 운집했다.

경기가 한창 진행중이던 순간, 경기장 바로 옆에서 ‘쾅’하는 굉음이 울렸다. 선수들은 잠시 멈칫했지만, 경기는 이어졌다. 경기를 관전하던 올랑드 대통령은 테러 소식을 접하곤 급히 자리를 옮겼다. 국군 통수권자로서의 당연한 선택이었다. 운집한 관중은 경기를 끝까지 지켜봤고, 프랑스는 숙적 독일을 맞아 2-0으로 이겼다.

그즈음, 잔인한 테러로 12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은 스마트폰을 통해 운집한 관중에게도 속속 전해졌다. 경기가 끝났지만, 경기장 밖의 안전이 확인되지 않아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러나 8만의 관중은 동요하지 않았다. 한밤중이 되자 귀가해도 좋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이들은 천천히 줄을 지어 경기장 밖을 빠져나갔다. 굉음 소리와 경찰의 사이렌 소리가 이들의 귓전에 계속 맴돌았지만, 관중은 되려 침착했다. 프랑스 국기를 흔들며, 국가인 ‘라 마르세예즈(La Marseillaise)’를 제창하며 줄지어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이튿날 파리 시내 곳곳에서도 성숙한 모습은 그대로 재연됐다. 14일(현지시간) 추모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연쇄 테러가 발생했던 곳에 조화를 놓고 묵념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파리 시민들은 날이 밝자마자 이번 테러로 부상을 입은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헌혈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시민들은 헌혈 장소와 급한 수혈이 필요한 환자들이 있는 병원 위치 등을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SNS로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다.

시민들은 ‘#donsusang(헌혈)’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이와 같은 정보를 빠른 속도로 공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진에서 파리 시민들은 곳곳에서 길게 줄을 선 채 헌혈을 기다리고 있다. 또 ‘#PorteOuverte(문호개방)’를 달은 글을 올려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고 나섰다.

테러가 발생한 직후 파리의 택시 기사들은 요금을 받기 위한 미터기를 끄고 이동이 필요한 시민들을 도왔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테러리스트들은 우리가 두려움에 떨기를 원한다. 다소의 두려움은 있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하나가 되어 테러에 맞선다.“ 올랑드 대통령이 한 말이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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