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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박스오피스] '헐크', 북미 극장가 강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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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0일부터 22일까지의 이번 주말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마블 코믹스가 탄생시킨 슈퍼 히로의 또 다른 스크린 버전 블록버스터 '헐크(The Hulk)'가 3,660개 개봉관으로부터 6,213만불의 엄청난 수입을 벌어들이며 1위로 개봉하였다. 이는 1999년 개봉했던 '오스틴 파워 2'의 개봉주말 수입 5,744만불을 가볍게 앞지른, 역대 6월 개봉작중 최고의 주말흥행기록이다.

하지만, 마블 코믹스 원작을 영화화했던 선배격 최근작들인 '스파이더맨'과 '엑스맨 2'가 개봉주말동안 각각 1억 1,484만불과 8,556만불을 벌어들였던 것에 비하면 다소 기대에 못미친 성적이라는 것이 흥행분석가들의 평가이다. 이같은 반응에 대해 공동제작자이자 마블 코믹스의 운영자인 아비 아라드는 "'6200만불을 벌어들였으니 실망했습니까'라는 질문을 들을 정도로 우리가 높은 기대치를 창조했다는 것은 흥미로운 사실이다."면서 개봉주말의 흥행성적에 스릴감을 느낄 정도라고 전했다.

지난 주말 1위를 기록했던 '니모를 찾아서'는 비록 예정된 수순대로 1위 자리를 내어주었지만 개봉 4주차로서는 상당하다고 할 수 있는 2,114만불의 수입을 기록하며 2위에 랭크되었다. 또, 빈 디젤없이도 질주가 가능함을 증명하고 있는 자동차 액션물 '분노의 질주 2(2 Fast 2 Furious)'는 1,110만불의 수입을 추가하며 3위에 기록되었다. 개봉 24일째인 '니모를 찾아서'와 17일째인 '분노의 질주 2'가 이번 주말까지 벌어들인 총수입은 각각 2억 2,855만불과 1억 289만불에 달한다.

'헐크'를 제외하고도 두 편의 신작이 이번 주말동안 북미 전역에서 개봉되었으나, 두 편 모두 초라한 흥행성적을 나타내는데 그쳤다. 루크 윌슨과 케이트 허드슨이 주연한 로맨틱 코메디물 '알렉스와 엠마(Alex and Emma)'는 2,310개 개봉관으로부터 611만불의 수입을 기록하여 7위에 랭크되었고, 스타등용 프로그램에서 1위와 2위를 차지했던 영스타들을 주연으로 내세운 '프롬 저스틴 투 켈리(From Justin to Kelly)'는 2,001개 극장에서 불과 272만불의 수입에 머무르는 흥행참패를 기록하며 11위에 랭크, 개봉 주말 10위권 진입에도 실패하는 수모를 당했다.

한편, 지칠 줄 모르는 흥행력을 과시하고 있는 짐 캐리 주연의 폭소 환타지 '브루스 올마이티(Bruce Almighty)'는 이번 주말에도 981만불의 수입을 벌어들이며 4위에 랭크되었다. 개봉 후 31일간 '브루스...'가 벌어들인 총수입은 2억 1,054만불이다.

1969년에 나왔던 동명의 범죄물을 리메이크한 '이탈리안 잡(The Italian Job)'이 717만불의 수입을 올려 5위에 랭크되었고, '러그렛' 가족과 '와일드 쏜베리' 가족들을 집합시킨 파라마운트-니켈 오디언의 만화영화 신작 '러그렛 고 와일드(Rugrats Go Wild!)'가 694만불의 수입으로 그뒤를 이었다.

이번 주말 박스오피스를 강타한 유니버설 사의 '헐크(The Hulk)'는 올해로 탄생 31주년을 맞이한 마블 코믹스의 덩치 큰 녹색 슈퍼히로를 주연으로 한 액션 환타지 물이다.

'헐크'는 1962년, 마블코믹스의 수많은 히로들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스탠 리와 일러스트레이터 잭 커비에 의해 마블 코믹북의 지면에 처음으로 등장한 이후, 30년이 넘게 만화책과 TV만화영화로 인기를 끌었고, CBS-TV에서는 1977년부터 5년간 드라마로서 인기리에 방영되는 등(국내에서 '두얼굴을 가진 사나이'란 제목으로 방영되었던 이 드라마에서는 빌 빅스비가 과학자 배너 역을, 보디빌더 출신인 루 페리노가 헐크 역을 맡았는데, 루 페리노는 이번 영화에도 경비원 역으로 카메오 출연하고 있다. 카메오 신에서 같이 등장하는 이는 스탠 리!) 미국민들의 대표적 슈퍼히로중 한명으로 군림해 왔었다.

그러다가 '터미네이터' 1편과 2편, '에일리언 2', '어비스', '아마게돈' 등의 공상과학 블록버스터들을 제작했던(제임스 카메론의 전부인이기도 하다) 게일 앤 허드가 이 헐크라는 캐릭터의 아이덴티티에 대한 내적 갈등과 이에 따른 딜레마에 관심을 가짐으로써 이번 극장판이 탄생하기에 이르렀다. 허드가 선택한 극장판 '헐크'의 사령탑은 바로 영어더빙을 하지 않은 외국영화로는 드물게 4개부문을 수상했던 '와호장룡'의 이 안 감독. 그는 특수효과의 메카 ILM의 최신 CG기술의 도움을 받아, 깊이있는 드라마와 화려한 특수효과를 겸비가 필수인 이 녹색 히로의 영화화에 도전하였다.

유순한 성격의 과학자 브루스 배너 박사는 동료 과학자인 베티 로스 박사와 함께, 군인이 전투중에 입은 상처를 급속하게 치료하는 방법을 연구하던 중, 사고로 엄청난 량의 감마-선에 노출되게 된다. 하지만 치사량에 가까운 감마-선에의 노출에서도 어찌된 일인지 배너 박사는 조금의 상처를 입지 않은 채 깨어나는데, 이내 자신의 몸에 변화가 있었으며, 내면의 분노가 일정수준에 도달하면 자신의 신체가 거대한 괴물 헐크로 변신하게 됨을 깨닫는다. 베티의 아버지인 '썬더볼트' 로스 장군은 헐크를 조사하기 위해 배너를 마취시켜 사막의 지하 기지로 데려간다. 한편, 베티는 갑자기 나타난 브루스의 아버지, 데이비드가 브루스의 신체적 비밀에 대해 오래 전부터 연루되어 있음을 알게 되는데...

이 1억 5천만불짜리 블록버스터에서 타이틀 롤인 배너 박사 역을 맡게된 행운의 주인공은 '블랙호크다운'에서 헬기 조종사 역을, 그리고 '니모를 찾아서'에서 앵커 역의 목소리를 담당한 에릭 배냐로서, 그는 벌써 2편의 출연계약을 마친 상태이다. 그외 '뷰티플 마인드'로 오스카 상을 수상한 제니퍼 코넬리가 베티 역을 맡았고, 닉 놀테가 브루스의 아버지, 데이비드 역을, 그리고 샘 엘리오트가 '썬더볼트' 로스 장군 역을 연기하였다.

이 영화에 대한 평론가들의 반응은 호평과 혹평으로 양분되었다. 우선 이 영화에 찬사를 보낸 평론가들로서, 할리우드 리포터의 커크 허니컷은 "비쥬얼한 에너지와 예술적인 기교, 그리고 감탄하지 않을 수 있는 인간 감정들로 가득차 있다."고 극찬하였고,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의 카렌 헬러는 "정말 멋지고, 화려한 모습을 가진 이 영화는 깊이가 풍부하고, 기억할 만한 작품일 뿐 아니라 영화속의 강력한 녹색 스타 만큼이나 대단하다."고 박수를 보냈으며, 시카고 선타임즈의 로저 이버트는 "이 안 감독은 대담하게도 만화 원작이 가진 아웃라인을 가져다가 자신만의 목적으로 변형하였다. 그건 바로 '코믹북 원작의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코믹북 원작의 영화'이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또, ABC 굿모닝 아메리카의 조엘 시겔은 "이 영화에 대해 내가 말할 수 있는 최고 단점은 이 영화가 너무나 지적이고 깊이가 있으면서 잘 만들었기 때문에, 대부분 이 장르의 영화들이 타겟으로 삼는 관객층인 10대 관객들이 즐기기에는 너무나 걸작이라는 점이다."고 결론내렸다.

반면 이 영화에 반감을 나타낸 평론가들로서, 뉴욕 타임즈의 A.O. 스캇은 원작만화의 원제가 '믿을 수 없는 헐크(The Incredible Hulk)'였음을 떠올리며 "이 영화판은 믿을수 없을 정도로 길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지루하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과장되었다."고 고개를 저었고, 뉴욕 포스트의 루 루메닉은 "이 번잡하고 실망스러우며, 잘난 체하고 유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 극장판은, '그린치' 이후 극장안에서 상영시간동안 자리를 지키기 가장 힘들었던 녹색 주인공 소재의 영화이다."고 공격하였으며, USA 투데이의 마이크 클라크는 "이 안 감독은 화면 분할 기법을 자주 사용함으로서 멋을 내고자 하였는데(실제로 영화는 나중에 TV방영시 풀스크린 버전으로는 방영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분할을 자주 사용한다), 이는 어떤 때는 창의적으로 보이지만 어떤 때는 산만한 효과만 있다. 하지만 그 어떤 기법도 부루퉁한 헐크의 실망스러운 현실감으로부터 우리의 주의를 돌리지 못한다."고 불평하였다.

이번 주말 7위로 개봉한 워너 브러더즈 사의 '알렉스와 엠마(Alex & Emma)'는 '올드 스쿨', '미녀삼총사'로 인기 상승중인 루크 윌슨과 '10일안에 남자친구에게 차이는 법'으로 상한가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케이트 허드슨이 커플을 연기하고 소피 마르소가 공연하는 로맨틱 코메디물이다.

쿠바의 고리대금업자에게 도박 빚 10만불을 지고 있는 소설가 알렉스(윌슨)는 자신의 다음 소설을 30일안에 마치겠다는 조건으로 출판사로부터 5만불의 선금을 받는다. 만일 이 안에 소설을 마치지 못할 경우에는 앞으로 알렉스가 여생동안 쓰는 모든 것들에 대한 권리를 출 판사가 가진다는 조건이다. 그는 기한안에 소설을 마치기 위해 자신의 머리속 스토리를 활자로 옮길 타이프라이터, 엠마(허드슨)을 고용한다. 타이프를 치는동안 엠마가 펼치는 상상의 나래는 알렉스의 소설에 영감을 주기도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둘은 서로에게 소설 속 러브스토리처럼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연출은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와 '스탠 바이 미', '미져리' 등을 연출했던 명장 롭 라이너가 담당했다. 하지만 이 재능있는 감독의 연출에도 불구하고 모든 평론가들은 만장일치의 혹평을 퍼부음으로 인해서, 라이너 감독은 자신의 필모그래피 상에서 최악의 혹평을 감수해야했다. 뉴욕 데일리 뉴스의 제이미 버나드는 "창백한 유머와 노 스파크(no spark)."라고 일축하였고, 토론토 스타의 피터 하웰은 "영화속 영화는 두 개의 반쪽이 만나서 하나를 이루지 못함을 증명한다."고 두 스타의 부족한 화학적 조화를 지적했으며, LA 타임즈의 케네쓰 튜란은 "케이트 허드슨과 루크 윌슨, 그리고 소피 마르소의 재능을 낭비하고 있는 이 롭 라이너 연출작은 도스또예브스키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알려진 영화의 핵심 아이디어에서 조차 설득력을 잃고 있다."고 혹평을 가했다.

이번 주말 개봉작들중 가장 낮은 흥행성적을 기록한 20세기 폭스 사의 '프롬 저스틴 투 켈리(From Justin to Kelly)'는 폭스 TV의 스타 발굴 인기 프로그램인 '아메리칸 아이돌'의 작년도 최종결승전에서 나란히 1위와 2위를 차지했던 켈리 클락슨과 저스틴 과리니가 주연을 맡은 뮤지컬 로맨틱 코메디이다.

극중에서도 실명을 사용하는 켈리와 저스틴은 봄방학을 맞이하여 마이애미를 찾은 대학생으로 출연, 태양이 작열하는 마이애미 해변을 배경으로 로맨스를 선사한다. 연출은 '쉬즈 올 댓'을 연출했던 TV 출신의 로버트 아이스코브가 담당했다.

혹평을 두려워한 탓에 평론가들을 위한 시사회를 별도로 개최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평론가들은 이 영화에 대한 평론을 실지 않았는데, 그나마 일반 극장에서 영화를 감상한 극소수 평론가들의 반응은 예상대로 혹평일색이었다. 그 예로 아리조나 데일리 스타의 필 빌라리얼은 "'물랑 루즈'와 '시카고'가 뮤지컬의 부활을 위해 엄청나게 노력했는데 비해, 뒤이어 나온 이 뮤지컬 '프롬 저스틴 투 켈리'가 그런 분위기를 다시 죽여버린 것은 슬픈 일이다."고 고개를 저었다.

기타 박스오피스 10위권에 든 나머지 작품으로서, 해리슨 포드가 조쉬 하트넷과 콤비를 이룬 액션 코믹물 '할리우드 호미사이드(Hollywood Homicide)'가 593만불의 수입을 기록 8위에 올랐고, 9년만에 개봉한 속편 '덤 앤 더머 2: 해리가 로이드를 만났을 때(Dumb and Dumberer: When Harry Met Lloyd)'가 436만불의 수입으로 9위에 랭크되었으며, 이제는 박스오피스에서 물러갈 준비가 된 '매트릭스 2-리로디드'가 394만불의 수입으로 10위에 턱걸이하였다. 지금까지 '매트릭스 2'가 개봉 5주간 벌어들인 총수입은 2억 6,440만불이다.

다가오는 주말에는 3년만에 돌아온 액션 블록버스터 속편 '미녀삼총사 2: 맥시멈 스피드(Charlie's Angels: Full Throttle)'와 대니 보일 감독의 잠비 호러물 '28일 후(28 Days Later)'의 두 편이 북미 전역에서 새로이 흥행전선에 뛰어들 예정이다.

장재일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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