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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보고 웃으며 외치세요 "나 어제보다 좋아졌어, 건강해졌어, 달라질 거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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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이성미

여러분들도 멀쩡해지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좀 안 멀쩡하면 어때, 나만 가는 거 아닌데, 다 가는 건데, 가는 길에 조금 아파서 가는 건데…. 그래도 그게 많이 힘들더라고요. 아프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되었고, 오늘 이 자리에서 그런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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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과 부딪히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어른이 된 것 같아요. 저희 엄마가 저 초등학교 6학년 때 자궁암으로 돌아가셨거든요. 그래서 엄마에 대한 기억은 ‘아픈 엄마’였어요. 암에 걸리고 딱 오버랩 된 건 저희 엄마가 46세에 돌아가셨는데, 그때 제가 6학년이었거든요. 그런데 딸이 초등학교 6학년 때 제가 암이 걸린 거예요. 나도 엄마처럼 이 나이에 떠나는 거 아닐까 이런 생각에 굉장히 힘들더라고요.

암이 생긴 건 어느 날 비타민이라는 프로그램에 나갔다가 검진을 받고 알았어요. ‘암 초기입니다.’ 이 말을 듣는데 이 안에서요, 쿵쾅거림이 제 뇌까지 울리는 거 같았어요. 쿵쾅쿵쾅. 그러면서 막 뭔가 멀어지는 거 같은 깜깜한 빛이 나타났어요.

첫 번째로 드는 생각은 왜 하필 나지, 두 번째로 내가 뭘 그렇게 잘못 살아서 이런 걸 거쳐 가야 되는 거지, 그리고 세 번째로 죽으면 어떡하지, 애들은 어떡하지, 이게 저를 되게 힘들게 했어요.

딸 둘은 제가 암에 걸린 줄 몰랐고, 아들은 알았어요. 수술 전날 아들이 기도를 하는데, 우리 아들이 처음으로 저를 위해서 기도를 해 준 거예요. ‘하느님 우리 엄마 아시죠? 잘 부탁드립니다.’ 이러더라고요. 울컥했어요. 이제 제 차례가 되었는데, 저는 기도 생활을 오래했으니까 우아떨면서 기도하려고 준비했어요. 그런데 입을 딱 여는 순간, 그 우아하게 기도하겠다는 결심은 온 데 간 데 없고 ‘하느님 제발 살려주세요, 살고 싶어요.’ 이게 제 본심이더라고요. 살려달라는 고백을 하는 제 모습에 방에 들어와서 혼자 꺼이꺼이 울었어요. 나 참 살고 싶어하는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다음날 아침에 수술실로 갔죠. 남편하고 아들이 보호자니까 침대 끝자락에서 같이 따라가잖아요. 그런데 수술실 앞에 딱 가면 여러분도 경험하셨겠지만 ‘자 여기까지는 보호자와 왔지만 이제부터는 혼자 가셔야 됩니다’ 이러잖아요. 이때 처음으로 마음이 강인해지더라고요. ‘그래, 해보자. 어차피 뛰어넘어야 할 산이라면 넘어보자.’

수술이 끝나고 눈을 뜨는 순간 제 입에서 ‘감사합니다’란 소리가 그냥 나왔어요. 눈이 떠지고 보인 세상이 달랐어요. 그냥 하찮게 생각하던 숨 쉬는 거 내가 호흡하는 거 내가 눈 뜨는 거 이런 것들이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더라고요. ‘아 내가 병으로 인생을 사는구나. 앞으로 사랑하면서 살아야겠구나. 나누면서 살아야겠구나.’

요새는 암 환자들 모임에 그냥 가서 같이 웃고 즐겨요. 저는 너무 감사해요. 왜냐하면 아픈 사람 마음은 아파 본 사람이 알더라고요. 백날 뭐 가족이 어쩌고저쩌고 얘기해도, 너희들이 알아? 너희들이 아픈 걸 알아?(웃음) 저보다 더 아프신 분이 계시면 얼마나 더 고통스러울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 삶은) 싸워 이겨내는 삶이잖아요. 어떤 사람은 경제적으로 힘든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남편이 속을 썩이고 어떤 사람은 또 다른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우리는 암하고 싸우는 거잖아요.

그 누구도 나 대신 아플 수 없다는 거, 나 혼자의 싸움이라는 거, 철저하게 내가 싸워서 이겨야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렇다면 나한테 좋다는 거 해봐야 되겠더라고요. 즐기기로 했어요.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해서 내가 재미있게 즐겁게 신나게 산다.

자신감을 가지세요. 저는 (여러분이) 감사한 마음을 가지셨음 좋겠어요. 암이 걸렸다는 거에 그냥 ‘그래, 네가 나한테 들어왔으니 나 사는 동안 너도 한 번 있어보려면 있어 봐라. 근데 아마 못 버틸 거다.’ 이런 자신감이 나를 살려줄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여러분의 인생에 있어 여러분이 힘들고 어려운 시간, 지금 통과하고 있는 이 시간에 힘과 용기를 내셨으면 좋겠어요. 거울을 보고 더 웃으세요. 나 어제보다 예뻐졌어. 나 어제보다 건강해졌어. 나 어제보다 더 좋아졌어. 내일은 더 달라질 거야. 이런 기운들이 나를 일으켜 세울 거예요.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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