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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1초 차 … 최민정 ‘날 들이밀기’ 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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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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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500m에서 1위로 골인한 최민정(왼쪽)이 코칭스태프의 축하를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0.001초 차로 최민정의 우승을 확인시켜 준 판독 사진. [토론토 AP=뉴시스, ISU 홈페이지]

1000분의 1초. 승부의 세계에선 이 미세한 차이로 희비가 엇갈릴 때도 있다. 여자 쇼트트랙 샛별 최민정(17·서현고)이 0.001초 차이로 환하게 웃었다.

쇼트트랙 월드컵 500m 역전 우승
1500m·3000m계주 이어 3관왕 올라

 최민정은 9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2015~201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2차 대회 여자 500m 결승에서 짜릿한 역전 우승을 거뒀다. 111.12m의 링크를 4바퀴 반 도는 레이스에서 마지막 한 바퀴를 남기고 공동 2위였던 최민정은 막판 스퍼트 끝에 선두로 달렸던 마리안 생겔라(25·캐나다)를 따라잡더니 피니시 순간 오른쪽 스케이트화 날을 들이밀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마지막까지 악착같았던 최민정의 눈물겨운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사진 판독 결과 최민정(42초998)이 생겔라(42초999)를 0.001초 차로 제치고 극적인 우승을 거뒀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 선수가 월드컵 500m에서 우승한 것은 2003~2004 시즌 2차 대회 최은경(은퇴) 이후 12년 만이다. 최민정은 “캐나다 선수가 나보다 더 먼저 들어온 줄 알았는데 사진을 보고서야 뒤늦게 알았다”고 말했다.

 쇼트트랙 단거리 종목인 500m는 스케이트 능력과 순발력까지 갖춰야 한다. 그동안 올림픽·세계선수권 등 국제 대회를 평정했던 한국 쇼트트랙은 유독 500m만은 약했다. 지구력이 필요한 중·장거리 부문 위주로 훈련해 빠른 스타트와 순발력이 중요한 500m에선 약점을 보였기 때문이다. 전이경·진선유·박승희 등 쇼트트랙 스타들도 올림픽 500m 금메달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러나 최민정은 순간적인 재치와 포기하지 않는 집중력으로 월드컵 500m 금메달을 땄다. 최민정은 “초반엔 힘을 아꼈다가 막판에 치고 나서는 전략으로 나섰다. 작전이 잘 들어맞았다”고 했다. 최민정이 막판에 선보인 ‘날 들이밀기’는 1998년 나가노 올림픽 금메달을 땄던 전이경·김동성이 처음 선보였던 기술이다. 생겔라도 막판에 날 들이밀기를 시도했지만 근성이 돋보였던 최민정이 웃었다.

 고등학교 2학년생인 최민정은 성인 국제대회에 처음 참가한 지난 시즌 세계선수권 종합 우승을 거둔 떠오르는 샛별이다. 올 시즌도 순항 중이다. 월드컵 1차 대회 2관왕에 이어 2차 대회에서도 500m·1500m·3000m 계주 등을 휩쓸며 3관왕에 올랐다. 최민정의 대표팀 1년 선배 심석희(18·세화여고)도 이번 대회에서 1000m·3000m 계주에서 2관왕에 올랐다.

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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