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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사람처럼 드세요 … 5년은 젊어집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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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2호 22면

일러스트 강일구 ilgook@hanmail.net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노화는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의과학의 발달로 수명이 늘어나면서 노년을 보내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평균 수명은 81.9세(2013년 기준, 남자 78.5세, 여자 85.1세)인데 비해 건강수명은 73세(2012년 기준)다. 사망하기 전까지 8년 이상은 건강하지 않다는 의미다. 장년층이 지출하는 의료비는 18조원(2013년 기준)으로 전체 의료비의 35.5%를 차지한다. 65세 이상 인구는 2013년 600만 명(12.2%)에서 2030년에는 1200만 명(24.3%)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의 사망원인통계(2013년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위 암, 2위 뇌혈관질환, 3위 심장질환 순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0~2020년 사이 만성질환(암·심뇌혈관질환·당뇨병 등)으로 사망하는 비율이 세계적으로 15%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만성질환의 원인이 되는 흡연·음주·운동·식습관 등 생활습관 요인은 관리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가 주관하는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중등도 이상 신체활동 실천율은 감소하고 있지만 에너지·지방 과잉 섭취율은 증가했다. 성인 남성 흡연율은 40%(750만 명), 성인 11.9%(440만 명)는 고위험 음주자, 성인 남자 2명 중 1명과 여자 5명 중 1명은 월 1 회 폭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산화스트레스가 노화 속도와 연관노화는 나이가 들면서 몸의 활력이 떨어지고 생리 기능이 저하되면서 나타나는 퇴행성 질환의 총체다. 노화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생활습관에 따라 노화가 촉진되기도 하고 지연되기도 한다. 유전적으로 완전히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생활환경에 따라 피부나 신체 활력, 수명까지 다르다는 것이 입증됐다.


노화의 과정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영향 두 가지의 상호작용에 따라 결정된다. 대개 생체기능은 30~40세 사이에 최고조에 이르고 이후에는 점차 감소한다. 노화에 대한 여러 가지 이론 중에선 활성산소 설이 대표적이다. 운동·영양·스트레스·환경오염 등의 영향으로 세포는 독성 대사물질인 활성산소를 생산한다. 이 물질은 불안한 상태의 산소로 과잉 생산되면 우리 몸에서 산화작용을 일으켜 세포막·효소·DNA 등을 공격한다. 이런 현상이 지속적으로 축적되면서 노화과정이 촉진된다.


우리가 섭취한 영양소에서 생기는 포도당은 복잡한 산화·환원 과정을 거쳐 이차적 대사물질로 전환되면서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장작에 불을 지피면 그을음과 연기가 생기는 것처럼, 에너지 대사과정에서 세포에도 그을음 같은 활성산소가 생긴다. 맑은 날씨에 마른 장작을 태우면 화력이 좋고 그을음도 적게 나지만, 흐린 날씨에 젖은 장작을 태우면 화력도 좋지 않고 그을음만 많이 발생한다. 몸 안의 에너지 대사 환경이 좋지 않으면 활성산소가 많이 발생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몸에는 항산화 방어기전이 있어 활성산소와 항산화작용이 균형을 이루면 세포가 건강한 환경을 유지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방어기전이 감소되면 활성산소와 항산화작용이 불균형을 이루는 산화스트레스 상태가 되고 세포 내 에너지 시스템이 손상된다. 결국 급성 세포기능 부전 또는 세포괴사가 나타나고, 이 상태가 지속되면 조직에 만성적인 퇴행성 변화를 가져온다.


육류·탄수화물·설탕 섭취는 줄여야노화를 늦추고 건강하려면 생활습관을 잘 유지해야 한다. 균형감 있는 식사와 적절한 항산화보충제 섭취, 꾸준한 운동이 중요하다. 지중해식 식단은 노화 방지 식단의 좋은 본보기다. 지중해 연안에 사는 사람들은 세계에서 심장질환 발생률이 가장 낮다. 이들의 식사는 50%가 과일과 야채, 25%는 두부·연어 등의 단백질, 25%는 생선·올리브오일 등의 지방질이다.


반면 포화지방·정제된 탄수화물·설탕은 적게 먹는다. 과일과 야채는 항산화제와 식물성 영양이 듬뿍 담겨 있고, 생선에 들어 있는 필수 지방산은 신경 전달물질과 호르몬의 분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콩과 같은 식물성 단백질은 쇠고기나 돼지고기보다 소화하기 쉽다. 최근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중해식 식단을 따른 노인들은 그렇지 않은 노인들보다 뇌 부피가 크고 뇌의 노화 속도도 더딘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이 뉴욕 맨해튼 북부에 사는 노인(평균 80세) 670명의 뇌 부피를 분석한 결과 지중해식 식단을 지킨 노인들의 뇌 부피가 평균 13.11ml 더 컸고, 노화 속도도 5년 차이가 났다. 연구팀은 뇌의 노화를 늦추려면 생선을 정기적으로 먹고 육류를 줄이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적절한 양의 항산화제를 섭취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베타카로틴이나 비타민 B·C·E, 셀레니움·크로미움 등을 먹으면 산화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동물실험 결과 섭취 열량을 적정 수준보다 30% 줄이면 수명이 연장됐다. 비타민·미네랄·필수 아미노산·필수 지방산은 전체 열량을 줄이고 천천히 먹을수록 더 오래 생존하는 것으로 입증됐다.


과도한 운동은 오히려 노화 촉진운동도 필수지만 과한 운동은 활성산소를 많이 발생시켜 오히려 노화를 촉진한다. 스트레칭·유산소 운동·근력 강화 운동이 효과적이다. 스트레칭은 신체 유연성을 유지하고 허리 통증을 방지한다. 유산소 운동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심폐기능과 심혈관계 강화·체내 호르몬 증가에 도움이 된다. 유산소 운동을 할 때는 최대 심박수의 65~70% 정도의 강도가 바람직하다. 목표 심박수는 220에서 나이를 뺀 후 그 값에 0.65~0.7을 곱하면 된다. 운동은 일주일에 3회, 한 번에 20분 이상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근력강화 운동은 근육량을 유지시켜 노화를 예방한다.


김경수 객원 의학전문기자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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