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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재계 십시일반 박삼구 '금호산업' 구하기 나섰다

중앙일보

입력

재계가 십시일반해 박삼구(70)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금호산업 인수를 돕기 위한 ‘백기사’로 나섰다.

박 회장이 6일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제출한 금호산업 지분(50%+1주)에 대한 인수자금 조달 계획서에 따르면 CJㆍLGㆍ롯데ㆍ효성ㆍ한화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지분을 매입하거나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했다.

박 회장이 금호산업 지분을 인수하는 데 필요한 돈은 7228억원. 재원 조달을 위한 큰 줄기는 4200억원 규모 ‘금호기업’이다. 나머지는 금융권에서 3000억여원을 대출받아 메운다.

박 회장은 지난달 30일 금호산업 인수를 위한 지주회사격인 금호기업을 세웠다. 이를 위해 장남인 박세창(40) 금호타이어 부사장과 갖고 있던 금호산업 지분(9.85%)과 금호타이어 지분(7.99%)을 매각해 1500억 여원을 마련했다. SK에너지ㆍLG화학ㆍ롯데케미칼ㆍ코오롱ㆍ효성ㆍ한화 등이 각각 100억~200억원씩 금호기업 지분을 매입했다.

특히 CJ는 금호기업에 5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최대주주인 박 회장 부자를 제외하면 2대 주주에 오를 수 있는 규모다. CJ 관계자는 “박 회장 측의 지원 요청을 받고 투자를 결심했다”며 “물류 부문에서 CJ대한통운과 아시아나항공의 지속적인 사업 관계 유지 차원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채권단은 박 회장 측이 제시한 인수 구조와 투자자들의 투자금액과 지분율, 계약 조건 등을 검토한 뒤 20일까지 승인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재계가 박 회장을 돕는 백기사로 나선 건 금호아시아나그룹과의 사업 연계성 때문이다. LG화학ㆍ롯데케미칼ㆍ코오롱ㆍ효성은 타이어 원자재를 금호타이어에 납품한다. SK에너지는 아시아나항공에 항공유를 공급한다. 한화는 한화손해보험을 통해 각종 항공보험 상품을 거래하고 있다. 지분매입보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큰 CJ의 출자 결정에 대해선 금호아시아나와 물류ㆍ유통 부문에서 협력 사안이 많은 CJ의 전략적 선택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들 기업이 단순히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박 회장을 돕는 건 아니란 시각도 있다. 재계 ‘마당발’로 통하는 박 회장이 그동안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비롯한 각종 경제단체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다양한 인맥을 쌓은 결과란 것이다. 박 회장은 인수 과정에서 여러 차례 “도와주겠다는 분들이 많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박 회장은 그동안 금호산업 인수를 통한 그룹 재건에 매달려 왔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지분율 30.08%)다.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ㆍ금호터미널ㆍ아시아나IDT 같은 금호그룹 주요 계열사의 최대주주다. 금호산업을 인수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남은 과제는 박세창 부사장이 있는 금호타이어다. 박 회장이 금호산업에 이어 금호타이어를 채권단으로부터 인수하면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금호타이어 세 축을 중심으로 하는 그룹 재건을 완성할 수 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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