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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칼럼] 강직성 척추염, 낮은 인지도로 인해 조기 진단 어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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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병원 류마티스내과
황지원 과장

얼마 전, 20대 초반의 남성이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진료실을 찾아왔다. 통증은 6개월 전부터 시작되었는데 최근 들어 아침에 일어나려고 하면 괴로울 정도로 통증과 뻣뻣함이 심하고, 심지어 수면 중에도 통증으로 잠에서 깨기도 한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마음에 이제서야 병원을 찾았냐는 질문을 하자 일상생활을 시작하면 통증이 줄어, 지난 겨울 스키를 타다 넘어졌던 후유증 정도로 생각했다고 했다. 진단 결과, 환자는 의심했던 대로 강직성 척추염으로 진단되었다.

강직성 척추염은 척추에 염증이 발생해 서서히 척추 마디가 굳어져가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발병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면역체계의 이상이 원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유전적 요인과 세균 감염, 외상 과로 등과 같은 환경적 요인도 강직성 척추염의 발병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강직성 척추염은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하게 되면 척추마디가 굳어 구부정한 자세를 초래하기 때문에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완치가 어려운 만큼 평생 동안 꾸준한 치료를 통해 증상을 완화시키고 척추의 변형을 최소화하는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다.

문제는 강직성 척추염의 인지도가 낮아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강직성 척추염은 국민의 0.3% 정도가 겪고 있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지만 낮은 질환 인지도와 비교해볼 때 실제 유병률을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표적인 류마티스 질환인 류마티스 관절염과 비교해서도 질환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강직성척추염은 일반적인 척추질환과는 달리 경제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20-30대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발병률이 높아 개인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기에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질 필요가 있다.

강직성 척추염의 초기 증상은 주로 허리 아래 부분과 엉덩이 부위에서 점진적으로 발생하는 둔통이다.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하면 통증은 지속적으로 나타나며 엉덩이 양측 모두에서 나타날 수 있다. 강직성 척추염은 상당 기간 동안 통증이 있다가 약해지기를 반복하는데, 아침에 통증을 느꼈다가 일상 생활을 시작하면 사라지는 조조강직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주 반복되는 척추나 둔부관절 통증에도 불구하고 소개한 남성과 같이 질환을 의심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통증 완화를 기대하며 무관심하게 지나치는 경우가 흔히 있다.

강직성 척추염은 관절의 변형뿐만 아니라 눈이나 장, 피부 등에도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어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증상이 있을 때는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 염증을 제때 조절하여 강직 진행을 저지할 뿐 아니라 합병증 발병 여부를 확인하고 치료하여 악화를 막기 위해서이다. 애초에 질환의 발병을 예방할 수는 없지만, 조기 진단과 더불어 꾸준한 치료 및 관리를 통해 질환의 예후를 개선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진단을 받은 경우, 증상의 진행 정도에 따라 치료제가 결정되며, 평소 바른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스트레칭을 병행하면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 초기에는 염증과 통증을 줄이기 위해 소염 진통제나 때에 따라 항류마티스 약제를 사용하며, 말초 관절에 염증이 심한 경우 스테로이드를 관절 내에 주사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염증을 일으키는 종양괴사인자(TNF-a)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생물학적 제제가 출시되어 강직성 척추염의 치료에 획기적인 변화가 생겼다. 여러 대규모의 임상시험에서 증상 완화 효과뿐만 아니라 안전성이 입증되었다. 최근 생물학적 제제 중에는 강직 예방을 기대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연구 결과를 보인 것도 있다.

앞서 소개한 경우처럼 젊은이들에게 허리나 둔부의 통증과 뻣뻣함은 꽤 흔한 증상이다. 처음 증상을 겪었을 때 질환의 증상으로 인지하지 못해 방치하고, 전체 척추의 강직이 진행된 40-50대가 되어서야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을 보면 전문의로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모든 질환이 그렇듯 강직성 척추염 역시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안일한 자가 진단으로 병원 방문을 미루다가 적절한 치료의 시기를 놓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본 칼럼은 외부필진에 의해 작성된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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