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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부탁해] 유아인·김명민 소문난 잔치, 과도한 상상력이 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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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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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월화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의 6룡 가운데 이방원(유아인·왼쪽)과 정도전(김명민). 방송 화면을 캡처해 합성한 모습이다. 유아인과 김명민 두 배우의 개성 뚜렷한 연기는 이 드라마의 볼거리 중 하나다.

SBS 월화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는 소문난 잔치다. 드라마 ‘대장금’(김영현)에 이어 ‘선덕여왕’ ‘뿌리깊은 나무’(김영현·박상연) 등을 쓴 작가들의 이름값에 주연 배우 유아인·김명민 등의 연기력에 대한 기대가 더해져 방송 전부터 큰 화제가 됐다.

고려말 조선 건국 도모한 6인
역사·판타지 경계 모호해 혼란
시청률 12~13%대로 답보 상태
무협·로맨스에 조연은 감칠맛
중견들 연기력 등 반등 기대감

헌데 지난달 5일 첫 회 두자릿수(12.3%, 닐슨코리아 통계)로 출발한 시청률은 3일 방송된 10회(13.5%)까지 한 달 내내 답보 상태다. 방송 6회 만에 시청률 20%를 넘겼던 SBS 월화 전작 ‘용팔이’와 사뭇 다른 행보다. 시청자 호불호가 엇갈리는 ‘육룡이 나르샤’의 매력과 한계를 방송 담당 이후남·이지영·정아람 기자가 짚어봤다.

 50부작으로 기획된 ‘육룡이 나르샤’는 팩션(팩트+픽션) 사극이다. 고려말 혼란한 정국 속에서 조선 건국을 도모한 여섯 인물 ‘육룡’의 성공담을 그린다. ‘육룡이 나르샤’의 시청률 비상(飛上)에 장애가 되는 요소로는 “작가의 과도한 상상력”(이지영 기자)부터 꼽힌다. “엄연한 역사를 지나치게 각색, 역사와 판타지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이후남 기자)는 비판도 나온다. 이 드라마는 고려를 ‘절대 악’으로 그리면서 정도전(김명민)에게 압도적 카리스마를 부여했다. 이방원(유아인)은 활약이 두드러지는 반면 이성계(천호진)는 너무 무기력하다. “역사적 현실이 만들어내는 무게감이 없어 무협 드라마를 보는 느낌”(정아람 기자)이 들 정도다. “차라리 가상의 왕조를 배경 삼아 픽션으로 만드는 편이 나았을 뻔”(이후남 기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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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 중 인물들의 역사적 실체도 불분명하다. 고려 권력자 이인겸(최종원)과 길태미(박혁권)는 실존 인물 이인임과 임견미에서 모티브를 따 이름을 바꾼 듯 보이는데 “이들의 악행이 실제 역사인지, 작자의 창작인지 웬만한 역사 지식으로는 분별이 불가능”(이지영 기자)하다. 역사와 창작의 모호한 경계에서 비롯된 혼란은 드라마 제목부터 시작된다. ‘육룡이 나르샤’는 본래 용비어천가 1장에 나오는 구절이다. 여기서 ‘육룡’은 조선 태조 이성계의 고조부부터 태종 이방원까지 이어지는 세종의 직계 6대 선조를 가리킨다. 드라마는 딴판이다. 드라마의 ‘육룡’ 중 정도전·이방원·이성계만 실존 인물이고, 이방지(변요한)·분이(신세경)·무휼(윤균상)은 가상 캐릭터다. 드라마를 통해 ‘육룡이 나르샤’란 문구를 처음 접한 시청자라면 용비어천가 ‘육룡’에 정도전이 포함됐다고 믿을지도 모를 일이다.

 과도한 창작욕은 무리한 에피소드를 낳기도 했다. 새끼돼지에게 사람 젖을 물리는 장면, 성균관 유생의 이마에 ‘사문난적’ 글자를 새기는 장면 등이 역사적 근거 없이 등장해 시청자를 놀라게 했다. 또 “‘잔트가르(최강의 사내)’ ‘초주지가(주인을 문 개의 가문)’ ‘부전쇄전(돌을 들어 돌을 치다)’ 등 낯선 단어나 사자성어의 남발도 드라마 몰입을 방해한다”(정아람 기자)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에 기대를 접기는 이르다. 일단 배우 개개인의 매력이 워낙 탁월하다. 특히 영화 ‘베테랑’과 ‘사도’의 연이은 성공으로 대세 배우 반열에 오른 유아인과 드라마 ‘미생’으로 유명해진 변요한의 몫이 크다. “잘생긴 배우 보는 즐거움이 쏠쏠”(정아람 기자)한 데다 “무협이나 로맨스의 요소”(이후남 기자)도 있다. “전국환·최종원·전노민·박혁권 등 중견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력도 ‘육룡이 나르샤’를 떠받치는 한 축”(이지영 기자)이다.

정리=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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