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행동강령에 툭 하면 '빠따'…판결문 속 조폭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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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의 말에는 무조건 복종한다.'
'선배에게는 90도로 인사한다.'
'구역을 사수하며 반대파 조직과 싸움이 나면 목숨을 걸고 싸운다.'

이런 내용의 행동강령을 세운 폭력조직에 가입한 20대 조직폭력배(조폭)들이 처벌을 받았다. 판결문 속에는 툭하면 각목이나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는 조폭의 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재판을 받은 조폭들이 속한 조직은 경찰의 관리 대상인 목포 S파다. 이모(26)씨 등 5명은 2009년부터 2012년 사이 차례로 S파에 가입했다. S파는 전남 지역 8개 폭력 조직 가운데 1~2위 규모다.

이미 절도나 강도 등 전과가 있는 이들은 S파에 가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조직원들이 속속 가입하자 '후배 관리'에 나섰다. 툭 하면 후배들을 불러내 바닥에 엎드리게 하고는 각목이나 야구방망이로 엉덩이·허벅지를 때렸다. 선배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연락이 잘 닿지 않고 조직 생활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에서였다.

조직을 탈퇴하려는 후배를 폭행하기도 했다. 이들은 후배 박모(22)씨에게 "S파가 쉽게 들어오고 쉽게 나갈 수 있는 곳인 것처럼 주변에 말하고 다녔냐"며 따지고는 뺨을 때렸다. S파를 탈퇴하려던 또 다른 후배 임모(22)씨의 얼굴에는 주먹을 휘둘렀다. 후배가 다른 조직으로 '이적'하려는 문제로 타 조직과 싸움을 하기도 했다.

금품을 뜯는 것도 일삼았다. 사업을 하는 지인의 부탁을 받고는 관계자를 불러내 "요즘 장기 팔면 얼마나 나오냐"는 말을 서로 주고받으며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러곤 겁에 질린 피해자에게서 240만원을 뜯어냈다. 지인이 고가의 차를 타고 다니는 것을 발견하고는 "우린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니 차를 달라"고 말하고는 빼앗기도 했다.

시민들을 상대로 범행도 했다. 술집 앞을 지나던 행인이 쳐다봤다는 이유로 주먹을 휘두르고는 넘어진 피해자를 발로 밟아 전치 6주 부상을 입혔다. 인터넷 게임 아이템을 판매할 것처럼 속여 60만원을 챙기는 사기 행각도 벌였다. 법원은 이들 대다수에게 실형을 내렸다.

광주고법 형사1부(부장 서경환)는 폭력조직에 가입한 뒤 후배들이나 시민들을 폭행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기소된 이들에 대한 항소심에서 이씨에게 징역 2년 8월을 선고했다. 이씨와 함께 S파 생활을 한 2명에게는 징역 2년 4월을, 1명에게는 2년을 내렸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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