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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민주화 요구 묵살 땐 우산혁명 다시 올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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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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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세계민주주의운동 8차 총회’에서 홍콩 우산혁명에 대해 설명하는 우산혁명 지도자 네이선 로. [김상선 기자]

민주주의의 확산은 전 세계적 추세다. 하지만 여전히 수많은 국가가 민주주의 체제로 이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과 머리를 맞대고 있는 북한을 포함해 아프리카와 중동의 독재국가가 대표적이다. ‘세계민주주의운동(WMD)’은 비민주 국가의 민주화 운동을 지원하는 전 세계적 네트워크다.

작년 민주화 시위 이끈 네이선 로
세계민주주의운동 공로상 수상
“우산혁명 뒤 홍콩 공동체정신 생겨”

 1999년 인도 뉴델리에서의 총회를 시작으로 8회째를 맞는 ‘WMD 총회’가 올해는 지난 1일 서울에서 열렸다. 이번 총회의 핵심 의제는 ‘시민주도형 민주주의의 확산’으로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에서 400명이 넘는 민주주의 운동가와 활동가들이 모였다.

 홍콩 대학학생회 연합체인 ‘홍콩전상학생연회(학련)’의 네이선 로(羅冠聰·22) 비서장은 수많은 민주주의 활동가들 중에서도 이번 총회의 주인공으로 꼽힌다. 그는 지난해 홍콩 행정장관 완전 직선제를 요구하는 민주화 시위인 ‘우산혁명’ 당시 도심점거 시위를 주도하며 민주화 시위의 상징적 인물로 떠올랐다. 올해 총회에선 우산혁명 참가자들을 대표해 ‘민주화 운동 공로상’을 받는다.

 - 어떤 계기로 우산혁명에 참가하게 됐나.

 “한국도 그렇겠지만 홍콩의 부모님들 역시 학생들이 학업에 도움이 되는 활동에만 집중하길 바란다. 학생들 스스로도 사회운동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나는 민주주의와 인권에 관한 수업을 들으면서 ‘홍콩도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꾸준히 해 왔다. 매년 7월 1일 열리는 천안문 행진에 참여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고 학생이기에 앞서 한 명의 시민으로 민주화 시위에 참여했다.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시위에 참여해 시민과 학생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는 것이었다.”

 - 79일간 이어진 우산혁명이 경찰에 의해 강제 해산될 당시 시위대는 ‘우리는 다시 돌아온다(We will be back)’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민주화 시위를 다시 계획하고 있나.

 “민주화 운동에는 사회적 상황 등 여러 가지 조건과 함께 명분이 필요하다. 지금 홍콩의 행정장관은 시민들의 민주적 요구를 외면한 채 오히려 자유를 제한하는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 정책에 있어서 부자와 기득권만을 옹호하고 있어 시민들의 분노가 쌓이고 있다. 2016년 입법의원 선거와 2017년 행정장관 선거를 거치면서도 민주화 요구가 묵살된다면 시민들의 분노가 하나의 목소리로 표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우산혁명 이후 홍콩은 어떻게 바뀌었나.

 “무엇보다 홍콩 시민들의 정체성이 확립됐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홍콩 시민들이 집단으로 뭉치거나 한목소리를 내는 데 소극적이었다. 이민자들의 도시라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우산혁명 이후 공동체 정신과 연대감이 생겨났고 민주주의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기 시작했다. 우산혁명 덕분에 홍콩 주민들은 부당한 폭압에 대해 한 데 뭉쳐 저항할 수 있는 동력을 갖췄다.”

글=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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