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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중견기업은 찬밥, 서자 취급…한국에서 사업하게 해달라", 새누리당에 쏟아진 호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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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들은 꼭 찬밥을 얻어먹는 것 같다. 서자 취급을 받는 느낌이다.”(윤동한 월드클래스300 회장)

“자본에는 조국이 없다고 한다. 제발 한국에서 사업할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 (정병기 계양정밀 회장)”

3일 오전 새누리당이 마련한 중견기업 간담회에서 터져 나온 기업인들의 토로다. 새누리당 중소기업·소상공인 특별위원회(위원장 이정현 의원)가 지난해 7월부터 중견기업 특별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업계에서 여전히 느끼는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정부에서도 정은보 기재부 차관보, 이관섭 산업부 차관, 고영선 고용부 차관 등 관계부처 담당자들이 참석했다.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장은 “(중견기업 특별법이) 2013년 12월 26일 제정돼 2년이 됐고, 법이 발효된 지는 1년 반 정도 지났지만 아직도 개선 속도와 규제 혁파에 대해 중견기업인들은 목말라있다”며 “법은 그 목적을 달성할 때 존재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한 중견기업인 10여 명은 현재 법과 제도 하에서 느끼는 경영상 어려움과 개선책을 적극적으로 주문했다. ▶대기업 규제에서 중견기업 배제 ▶외국인 근로자 고용제도 개선 ▶중견기업에 대한 인식 개선 ▶R&D(연구개발) 예산 확대 지원 등이다. 다음은 주요 발언.

▶박충열 동성그룹 대표=“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려면 금형·주조 등 뿌리산업 기술을 이용한 제품의 매출액이 전체의 50% 이상이 돼야 한다. 중견기업 중엔 뿌리산업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금형·주조 등의 공정을 해야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부품을 만들 때 금형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공정은 외국인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탄력적으로 제도를 운용해달라.”

▶유태경 루멘스 대표=“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넘어가는 순간 R&D 지원 자격의 요건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중소·중견기업 기술경쟁력 강화 파트너 사업’이라는 게 있는데 자금 지원이 강화되기는 커녕 줄어들고 있다.”

▶김재희 이화다이아몬드 대표=“대기업 못지 않게 우수한 중견기업들이 많다는 걸 국민들에게 알리는 인식개선 사업을 적극 추진해 달라. 청년 일자리 창출이 나라의 가장 시급한 이슈 중 하나인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좋은 조건을 제공하는 많은 중견기업들이 오히려 구인난을 겪고 있다.”

▶곽재선 KG그룹 회장=“중견기업은 대한민국 기업의 0.4% 정도밖에 차지 안 한다. 그런데 대기업을 배제하기 위해 만든 법령 때문에 엉뚱하게 중견기업이 피해보고 있다.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포지티브 방식의 법령들을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만 배제한다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자.”

▶최진식 심팩 회장=“중소기업청은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을 같이 돌보려 하다보니 부처 내에서 충돌이 일어난다. 중소기업청은 앞으로도 계속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을 내고, 중견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산업부가 나서야 한다.”

▶박진선 샘표식품 대표=“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재벌 대기업들의 문어발식 확장과 일감몰아주기를 규제하겠다고 만든건데,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한꺼번에 규제를 받게 된다. 중소기업이 아닌 회사들은 해당 비즈니스를 확대하지 말라고 한다. 샘표식품은 간장뿐 아니라 된장, 고추장도 많이 연구하고 있는데 국내에서 사업하지 못하니 해외진출이 어렵다.”

이 같은 기업인들의 성토에 정부 부처가 즉각 개선 의지를 피력하는 식으로 간담회는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하지만 특위 위원장인 이정현 의원은 “정부의 답변이 너무 행정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현재 법령이 그렇다는 식으로 얘기하지 말고 해결책을 마련해서 특위에 보고하라”고 다그쳤다. 김무성 대표도 “정부는 내용을 파악하고 지원하려고 하겠지만 그러다보면 세월 다 가고 (기업인들) 숨 넘어간다”며 “이걸 안 하면 기업들이 위기에 처한다, 살려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시간을 질질 끌지 말고 결론을 빨리 내야된다”고 강조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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