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원 동전 녹여 2억원 이득챙긴 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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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경기도 양주시에서 주물공장을 운영하던 이모(53)씨가 고물상 이모(41)씨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고물상 이씨가 "옛 10원짜리 동전을 모아 녹여 팔자"고 제안했다.

10원짜리 동전은 난방용 동파이프와 재질이 같다. 구리와 아연으로 이뤄진 '황동'이다. 이걸 녹여 동파이프 제조업체에 팔면 그때그때 구리 같은 금속 시세에 따라 10원짜리 한 개로 30~40원을 벌 수 있다는 게 고물상 이씨의 얘기였다.

사실 두 사람은 지난해에도 10원짜리를 녹여 판 전력이 있다. 구리 값이 한창 비쌀 때 10원짜리 1100만 개를 녹여 팔아 11억원을 챙겼다가 양주경찰서에 붙잡혔다. 동전을 녹여 팔 수 없도록 한 '한국은행법'을 위반했다. 이로 인해 주물공장 사장인 이씨는 감옥에서 4개월을 보냈고, 고물상 이씨는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이런 경험이 있지만 이들은 또다시 범행을 했다. 우선 수집책(50)을 고용했다. 수집책은 "대형마트인데 10원짜리 동전이 많이 필요하다"고 은행에 전화한 뒤 직접 가서 지폐를 내밀고 동전으로 바꿔왔다. 바꿔온 10원짜리 중 크기가 작은 새 동전은 스스로 제작한 체로 걸러냈다. 새 동전은 크기가 작아 녹여 팔아도 이익이 남지 않아서였다. 새 동전은 다시 은행에 넣었다.

수집책은 이렇게 고른 옛 10원짜리 동전을 개당 15원에 고물상 이씨에게 넘겼고, 고물상 이씨는 이를 개당 19원에 주물공장 이씨에게 팔았다. 주물공장 이씨는 최근까지 동전 600만 개를 녹여 황동 덩어리 총 24t을 만들어서는 동파이프 업체에 모두 2억원에 팔았다. 이런 방법으로 세 사람이 챙긴 이익은 1억4000여만원이다.

이들의 범행은 10원짜리를 지나치게 많이 바꿔가는 데 의심을 품은 한 은행원의 제보로 꼬리가 잡혔다. 경기도 분당경찰서는 3일 주물공장 이씨와 고물상 이씨를 구속하고, 수집책 이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이 아직 녹이지 않고 갖고 있던 옛 10원짜리 동전 50만 개를 압수했다.

경찰은 "처벌이 가벼워 동전을 녹여 파는 행위가 많이 벌어지고 있다"며 "다른 조직도 동전 녹여팔기를 한다는 첩보가 있어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행법은 동전을 녹여 팔 경우 6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성남=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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