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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비금융 91곳 지분 3년간 매각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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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산업은행이 초심(初心)으로 돌아가야 한다. 현재의 주력산업도 산은이 집중 지원했던 1970년대에는 유치산업이었다.”

속도 내는 좀비기업 구조조정 <하> 기업·금융권 윈윈하려면
제자리 찾기 나선 정책금융 맏형
소매금융 철수, IB부문도 대폭 정리

 1일 ‘산업은행·기업은행 역할 강화 방안’을 내놓은 금융위 관계자의 말이다. 초점은 정책금융의 ‘맏형’인 산업은행 의 제자리 찾기에 맞춰져 있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방향은 대기업 대신 중견기업, 중후장대 설비산업 대신‘소프트’한 미래성장동력 지원이다. 중견기업들이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는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을 벗어나고, 스마트·바이오·콘텐트로 미래성장산업이 제대로 꽃피울 수 있도록 지렛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대기업과 경기에 민감한 기존 주력산업에 편중된 현재로서는 산은이 부실 대기업 뒷감당에 매달려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금융당국은 산은의 연간 정책금융 공급액 중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36.2%에서 향후 3년내 32%로 떨어뜨릴 계획이다.

 경제개발기 이후 산업정책을 뒷받침해 온 정책금융은 2000년대 이후 정체성이 모호해지기 시작했다. 집중 지원해온 대기업의 자금 조달 능력이 커지고, 금융시장의 발달로 민간금융사들의 역량도 확대되면서다. 정책금융기관 간 기능이 중첩되며 한편에선 정책자금이 필요한 곳으로 제대로 흘러가지 못하고, 한편에선 중복 지원으로 ‘좀비기업’이 양산되는 부작용이 커졌다. 투자은행(IB)·소매금융 등 각 분야에서 민간 금융사의 영역에 뛰어들면서 시장 마찰도 잦아졌다. 특히 산은은 민영화와 글로벌 IB를 추진하다 정책금융으로 다시 복귀하는 등 오락가락 정책까지 겹치며 혼선이 더 컸다. 그 결과가 소매금융부터 정책금융, 기간산업 구조조정에 이르는 업무영역과 방대한 자회사를 갖춘 현재의 기형적 모습이다.

 정부의 방침에 따라 산은은 당분간 ‘군살’ 빼기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소매금융은 정리하고, IB도 우량 회사채·일반 상업용 부동산 등 민간과 마찰을 일으킬 수 있는 부문에선 철수한다. 91개 비(非)금융회사 지분도 2018년까지 3년간 집중적으로 매각해야 한다. 대우조선해양,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국지엠 등 정상화한 출자전환 기업, 그리고 5년 이상 투자한 중소·벤처기업이 그 대상이다. 금융당국은 ‘헐값 매각’ 논란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매각 원칙도 ‘매각가치 극대화’에서 ‘시장가치 매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조민근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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