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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美공화당 대통령 후보 토론…루비오 카운터 맞고 부시 KO

중앙일보

입력

28일(현지시간) 미국 대선 공화당 경선 주자 TV토론의 승자는 도널드 트럼프도 벤 카슨(신경외과 의사)도 아닌, 3위 후보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이었다.

이날 콜로라도 대학에서 열린 TV토론은 지지율 1·2위인 트럼프와 카슨의 대격돌이 예상됐다. CNN이 이날 토론 직전 '전야(戰夜·Fight night)'란 제목을 달았을 정도다. 하지만 트럼프는 카슨에 싸움을 걸지 않았다. 카슨도 특유의 느릿한 말투로 교과서 같은 원칙만 반복했다.

이 틈을 타 루비오는 패기와 '정책에 강하다'는 인상을 시청자들에게 각인시켰다. 이번 토론을 부활의 전환점으로 삼으려던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는 어설프게 '루비오 때리기'에 나섰다가 카운터펀치를 맞고 주저앉았다.

부시는 루비오가 지난 4월 13일 대선 출마 선언 이후 59차례나 의회 표결에 불참한 사실이 논란이 되고 있는 걸 거론하며 "마코, 당신이 임기 6년의 이(상원의원) 자리에 취임 선서를 했다면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아니면 상원의원을 그만 두고 다른 이에게 넘겨줘야 한다"고 작정한 듯 공격했다. 자신과 지지 기반이 겹치는 루비오를 먼저 주저앉히고 그 다음에 '아웃사이더 콤비'인 트럼프·카슨에 맞서려는 전략이었다.

이에 루비오는 기다렸다는 듯 "당신은 존 매케인(상원의원)이 표결에 많이 빠진다고 비판한 적이 있느냐. 아마도 누군가 부시 전 주지사에게 '루비오를 공격하는 것이 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을 해 그러는 것 같은데 나는 (버락)오바마에 이어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에 되는 걸 저지하기 위해 출마한 것이지 부시 전 주지사에게 맞서 싸우기 위해 출마한 게 아니다"고 받아 쳤다. 청중들의 박수 갈채에 부시는 제대로 반박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떨궜다.

토론이 끝난 뒤 CNN은 "루비오가 부시에 비해 큰 무대에 더 준비가 잘 돼 있다는 걸 증명했다"며 이날의 승자로 루비오, 패자로 부시를 꼽았다. 워싱턴포스트도 루비오를 승자로 꼽았다. 패자로는 부시와 더불어 "깊이가 없는 게 들통났다"며 카슨을 지목했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카슨·루비오의 3강 구도가 내년 2월 1일의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까지 계속될 공산이 커졌다"며 "민주당의 힐러리는 젊고 쿠바 이민자 출신으로 히스패닉표를 모을 수 있는 루비오를 가장 버겁게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TV토론을 주최한 CNBC는 "선거 공약이 '만화책 캠페인'을 보는 것 같다" "과거 의심스런 회사와 모종의 거래를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등 뚜렷한 근거 없이 후보를 몰아세우거나 자극적인 용어를 쓴 질문을 반복해 "이 자리는 동물들을 우리에 가둬두고 서로 싸우게 하는 자리가 아니다"(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등 후보들의 반발을 샀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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