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일대일로’ 흔들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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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27일(현지시간) 공개한 남중국해 난사(南沙)군도(영어명 스프래틀리제도)의 인공섬 융수자오(永暑礁·영어명 파이어리 크로스)의 위성사진(오른쪽). 산호암초와 모래사장만 있던 2006년 1월 사진과 비교하면 길이 3㎞의 활주로와 선박 정박 및 피항시설, 인부들이 머물 수 있는 거주시설 등이 추가로 건설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아시아해양투명성이니셔티브]

‘주권을 수호하겠다.’ 미국의 이지스 구축함 라센이 남중국해 난사군도 인공섬에 진입한 데 대해 중국이 초강경 태세를 유지하는 이유다. 남중국해의 90%인 320만㎢가 역사적으로 자국 영토라는 것이 중국의 주장이다.

남중국해는 해상 실크로드 출발점
해상길목 막히면 중화부흥 타격

 중국은 그 근거로 사료를 들이댄다. 중국 남북조 시대 사서인 『후한서(後漢書)』에는 ‘7개 군의 공물이 창해(漲海)를 통해 유통됐다’는 말이 나온다. 중국은 이 창해가 오늘의 남중국해라고 주장한다. 또 송대의 고서 『태평어람(太平御覽)』에는 ‘창해에서 산호주(珊瑚洲)’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 산호주가 현재의 난사(南沙)군도 등 남중국해 암초들을 지칭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1953년 중국 지도에 표기된 ‘남해 9단선(南海九段線)’을 내세우고 있다. 이 지도는 중화민국 시절인 1947년 국민당 정부가 만든 남해 11단선을 원용했으며 남해의 대부분이 중국 영토로 표기돼 있다.

 그러나 중국이 고대 기록까지 동원하며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진짜 이유는 이 바다가 갖고 있는 외교와 군사·경제 전략적 가치 때문이다. 미국은 현재 아시아 재균형(Rebalance) 정책을 통해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봉쇄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이 남중국해에 대한 제해권을 잃으면 태평양으로 진출하려는 대양 해군의 꿈과 중화부흥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추진 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실크로드경제권)’ 중 해상 실크로드 구축은 남중국해가 시발점이다. 남중국해를 장악하지 않고는 아랍과 유럽·아프리카로 가는 해상 실크로드 구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무역항로 안전 확보를 위해서도 양국은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 수입 석유의 80%가 이곳을 통해 들어오기 때문이다. 한·일 석유 수입량의 90%도 이곳을 통해 수입된다. 또 중국 선박의 90% 이상이 남중국해를 통해 태평양과 인도양으로 나간다.

 남중국해의 풍부한 자원도 중국이 강경한 이유다. 천연가스는 230~300억t, 석유는 110억 배럴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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