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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생·최고 운동선수 … 난 왜 행복하지 않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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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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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벤 샤하르 교수는 두려움·슬픔·불안 같은 인간적 속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라고 조언한다.

미국 아이비리그에 3대 명강의가 있다. 예일대 셸리 케이건 교수의 ‘죽음’,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 그리고 탈 벤 샤하르 교수의 ‘행복’이다. 1등만을 추구해온 하버드 학생들에게 “내일의 성취를 위해 오늘의 행복을 포기하지 말라”고 가르치고 있는 ‘행복학’의 탈 벤 샤하르(45) 교수를 TONG기자단이 e메일로 인터뷰했다.

하버드 ‘행복학’ 강의 벤 샤하르 교수
목표와 야심·성공 위해 달리면서
잠 줄이고 휴식을 줄이는 우리들
행복은 나의 선택임을 깨달아야

 - 강의의 성공 요인이 뭘까요.

 “누구나 더 행복해지기를 바라니까요. 제 강의를 들은 학생들이 더 행복해졌다고 하더군요.”

 - 행복이란 뭔가요.

 “행복은 하나의 순간이 아니라 경험의 총계입니다. 때때로 감정적 고통을 겪어도 전반적으로는 행복할 수 있는 거죠. 행복한 사람은 긍정적인 감정을 향유하고 삶을 유의미한 것으로 인식합니다. 따라서 삶을 살아가면서 가끔은 의미 있는 미래의 목표를 위해 현재의 즐거움을 포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를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 결국 불행을 맞이할 겁니다.”

 - 교수님의 책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따르면, 행복해지기 위해 7~9시간 정도의 충분한 수면시간을 필요로 한다는데, 한국 학생들 대부분은 5~6시간 잡니다.

 “잠을 투자로 바라봐야 합니다. 잠은 생산성에서 벗어나는 과정이지만 결국에는 여러분이 더 생산적이고 더 혁신적인 사람, 그리고 더 행복한 사람으로 변모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대학에 입학하면 더 행복해질까요.

 “상위권 대학에 들어가거나 직장에서 승진하거나 그 밖의 외면적 성공이 장기적인 행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입니다. 행복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선택하는 일에서, 그리고 삶에 대한 태도에서 비롯됩니다.”

 -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행복해져야만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혔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행복한 삶이 고통이나 슬픔이 없는 삶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는 것이 중요합니다. 행복에 집착하면 이와 같은 중요한 사실을 무시하게 되고,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됩니다. 관건은 진심입니다. 즉 고통스런 감정이 생기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 그것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즐거운 감정이 생기면 그것을 반기는 것입니다.”

 - 행복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가 있나요.

 “저는 잘나가는 하버드 대학교의 학부생이었고, 최고의 운동선수였으며, 사교성도 좋았죠. 그런데 행복하지 않았어요. 남들 눈에는 모든 것이 괜찮은 듯 보였지만 저의 내면에서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죠. 저는 그런 개인적 문제를 극복하고 싶었고, 따라서 그 분야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 지금껏 받았던 가장 인상 깊었던 질문은 무엇인가요.

 “국립놀이연구소의 설립자인 스튜어트 브라운에게 서평을 부탁받고 책을 읽은 뒤 놀이가 인간의 발달과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습니다. 그 뒤 친구에게 고백했죠. ‘우리 아들은 실컷 놀지 않는 것 같아.’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친구가 물었습니다. ‘너는 실컷 놀아?’ 충격을 받았죠. 그때까지 저는 놀이를 최우선순위로 꼽은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토록 많은 목표와 목적, 욕망과 야심이 있는 상황에서 과연 누가 놀 겨를이 있을까요? 저는 지금도 여전히 열심히 일하지만, 우리 집 뒷마당에서 공차기, 영화를 더 많이 보고 음악을 더 많이 듣기, 친구들을 더 많이 초대하기, 그리고 제 일에 직접적으로 이득이 되지 않는 책 읽기 같은 여러 가지 놀이에 시간을 쓰고 있답니다.”

 - 지금 행복한가요.

 “10년 전보다 지금이 더 행복합니다. 또한 지금보다 앞으로 10년 뒤에 더 행복했으면 합니다. 행복 추구는 평생에 걸친 여정입니다.”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 말씀.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내가 갖고 있는 것에 감사하고, 감정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세요.”

 

 ▶이 기사는 조혜진(용인외대부속고 3) TONG청소년기자가 작성하고 중앙일보 이경희 기자가 감수했습니다. TONG은 중앙일보가 청소년들이 꿈과 끼를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창간한 청소년 온라인 매체입니다. 전국 600여 명 청소년기자단이 보고 느낀 세상을 TONG(tong.joins.com)에서 만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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