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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발 소시지·햄 쇼크 … “담배와 비교는 코미디” 반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소시지와 햄 등 가공육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가 국내외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소시지·햄·핫도그 등 가공육을 담배나 석면과 같은 1군 발암물질로, 쇠고기·돼지고기 등 붉은 고기도 발암물질(2A군)로 분류했다. 매일 50g의 가공육을 먹으면 직장암에 걸릴 위험이 18%로 높아진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나 WHO는 가공육 제조에 쓰이는 보존제 등 첨가물이 문제인지, 육류 자체가 문제인지 등 구체적인 원인과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았다. 국내외에서 반발이 이는 이유다.

전세계 육류·육가공·식품업계
“데이터 쥐어짜 특정 결론 조작?
전문가 “많이 안 먹으면 문제 없어”
소비자 “아이들 좋아하는데” 불안?
식약처 “점검 뒤 가이드라인 제시”

  소비자들의 우려가 높아지자 각국 정부는 대응에 나섰다. 호주의 버나비 조이스 농업장관은 27일 “가공육을 담배 같은 1급 발암물질과 비교하는 건 코미디”라 고 비난했다. 호주는 세계 최대 육류 수출국 중 하나로 육류 소비도 세계 최상위권이다. 950억 달러(약 107조원) 규모의 시장을 가진 북미육류협회(NAMI)도 “IARC의 연구 결과는 데이터를 쥐어짜 특정 결론을 조작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베스티 부어런 NAMI 부회장은 “가공육 소비 최상위권인 스페인·이탈리아·프랑스 등 지중해 연안 국가들은 세계에서 가장 긴 기대수명을 기록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홍콩식음료협회도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IARC는 가공육에 들어가는 어떤 첨가물이나 보존제가 직접적인 발암물질로 작용하는지 정확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WHO가 가공육과 육류에 대한 위험성을 과장해 소비자들에게 불필요한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업계도 반발이 크다. CJ제일제당 등 육가공업계가 소속된 한국육가공협회는 “단백질 순기능을 무시하고 석면이나 비소와 동급으로 위험을 거론한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반박했다. 협회는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한국인의 육류 소비량은 서구에 비해 크게 적다고 지적했다. WHO가 권고한 성인 1인당 1일 가공육 섭취량은 50g으로 1년으로 환산하면 18.3㎏이다. 하지만 한국인의 1인당 육류 섭취량은 24% 수준인 연간 4.4㎏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가공육·붉은 고기를 너무 많이 먹지 않으면 건강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강영 연세암병원 대장암센터 교수는 “고기를 많이 먹으면 대장암 등의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연구는 오래전부터 나왔다. 이번 발표는 기존의 연구 동향을 정리한 수준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찜찜하다는 반응이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최모(여·31)씨는 "아이들이 좋아하는데 선뜻 먹이기가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WHO 발표를 토대로 국내 가공육·붉은 고기에 대한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앞으로 현장 실태 점검, 위해성 조사와 함께 전문가 의견도 들어볼 계획이다. 이를 종합해서 가이드라인으로 국민에게 제시하겠다”이라고 말했다.

◆미국선 ‘인육 핫도그’ 논란도=WHO의 발표 이후 미국에서는 ‘인육 핫도그’ 논란까지 터졌다. 식품 분석기업인 ‘클리어푸드’는 미국에서 판매 중인 75개 브랜드의 핫도그와 소시지를 분석한 결과 전체 2%에서 사람의 DNA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사람 DNA가 포함된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제조 과정에서 위생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소아·이동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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