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움직인 골프공 … 내년부터 벌타 없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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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골프 선수가 경기를 마친 뒤 스코어카드를 제출했는데 TV로 경기를 시청한 골프팬이 전화를 걸어 “규칙 위반이 아니냐” 며 지적해서 뒤늦게 벌타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선수 입장에선 결과적으로 틀린 스코어카드에 사인한 것이 되고, 그래서 실격된 선수가 부지기수였다. 이제 그런 경우는 사라지게 됐다.

영국왕실협회, 불합리 규칙 개정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영국왕실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는 내년부터 적용될 개정 골프 규칙을 27일 발표했다. 새 규칙에 따르면 이처럼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틀린 스코어카드를 제출했을 경우 실격이 아니라 벌타만 부과하게 된다.

 골프는 경기장이 워낙 커 선수들을 일일이 감시할 수 없다. 선수 본인을 믿는다. 스코어카드는 그 표시다. 따라서 스코어카드가 틀릴 경우 강력한 제재를 했다. 설령 모르고 틀린 스코어카드를 제출했더라도 실격 판정을 받았다. 그래서 지나치게 경직되게 규칙을 해석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어드레스 한 후 볼이 바람 때문에 움직였을 때 벌타를 매겼던 것도 대표적인 불합리 규칙으로 꼽혔다. 내년부터는 선수가 볼을 건드리거나 움직임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면 벌타가 없다.

 선수가 경기 도중 스윙 보조 기구를 사용했을 때도 이전에는 실격을 시켰지만 내년부터는 2벌타만 받는다. 팔 움직임을 제한하기 위해 고무공을 겨드랑이에 끼우고 스윙 연습을 하다가, 또 파3 홀에서 기다리다 지루해 스윙 연습 도구를 휘둘러보다가 실격된 경우가 있었다. 내년엔 일단 2벌타를 받고 이후에 다시 연습 도구를 사용하면 실격시키는 것으로 규칙을 바꿨다.

 논란을 일으켰던 롱퍼터 사용도 내년부터 금지된다. 정확히는 샤프트 끝을 몸에 고정한 뒤 축을 만들어 스윙하는 앵커드 퍼터(anchored putter)다. 투어 선수들에게는 매우 민감한 일이어서 2013년 5월 일찌감치 고지됐던 사안이다. 롱퍼터로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했던 애덤 스콧(호주)과 미국의 키건 브래들리 등은 롱 퍼터 대신 짧은 퍼터를 사용한 이후 성적이 좋지 않은 편이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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