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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평성 잃은 유족연금 … 10년 붓든 19년 붓든 월 28만원 같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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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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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시장에서 채소 가게를 운영하는 김금아(68)씨는 8년 전 남편이 숨지면서 매달 유족연금을 받고 있다. 하지만 20만원 수준이라 생계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씨는 “장사가 안 돼 가게 임대료가 7개월이나 밀렸다. 연금이 부족해 일은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문규 기자]

동갑내기 전업주부 최모씨와 정모씨 둘 다 남편이 숨져 유족연금을 받게 됐다. 사망한 배우자의 월 기본연금액(20년간 가입했다고 가정한 연금액)은 70만원으로 똑같다. 다만 가입기간만 1개월 차이가 난다. 최씨의 남편은 240개월(20년), 정씨 남편은 239개월(19년11개월) 보험료를 납입했다. 최씨는 기본연금액에서 40%가 깎여 매달 42만원을 손에 쥐게 된다. 반면 정씨는 절반이 깎인 35만원만 유족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정씨로선 가입기간 1개월이 부족해 해마다 84만원을 손해 보는 셈이다.

스톱! 용돈연금 <중> 빈곤 부추기는 유족연금
불합리한 산정 방식 실태
납입기간 10년 미만 땐 40%
10~19년 50%, 20년 이상 60% 지급
“구간 좁혀 1년 단위 차등 인상을”?

 이 사례는 유족연금 산정 방식의 맹점을 보여준다. 유족연금을 감액하는 구간이 3개에 불과한 게 가장 큰 맹점이다. 현행 방식에선 사망자 가입기간이 10년 미만이면 기본연금액의 40%, 10~19년은 50%, 20년 이상은 60%를 지급한다. 가입기간 1개월 차이로 감액률이 10%포인트 차이 난다. 전업주부 정씨처럼 구간 경계선에선 감액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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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공단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감액률 차이는 실제로 ‘경계선 영역’에서 크게 뛰었다. 가입기간 9~10년과 10~11년의 수령액 차이는 월 7만8310원(올해 6월 기준)이었다. 19~20년과 20년 이상은 15만5310원까지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다른 구간에서는 그 차이가 1만원 내외에 불과했다.

 10년 단위의 감액 구간은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 같은 감액 구간 내에 있으면 가입기간과 상관없이 동일한 감액률을 적용받는다. 숨진 남편의 가입기간이 239개월(19년11개월)인 김모씨와 120개월(10년)인 이모씨가 단적인 예다. 이들의 월 기본연금액은 각각 57만660원(김씨), 56만9020원(이씨)으로 거의 비슷하다. 다만 가입기간 격차가 거의 두 배에 달하는 만큼 그동안 납부한 보험료 차이는 크다. 김씨의 남편이 총 2198만원을 불입했고, 이씨의 남편은 그 절반 수준인 1191만원을 냈다. 하지만 둘 다 10~19년 기간에 포함되기 때문에 감액률은 똑같이 50%가 적용된다. 이렇게 되면 부인 김씨는 매달 28만5330원, 부인 이씨는 28만4510원을 받는다. 유족연금 차이는 단 820원에 불과하다. 남편의 생전 가입기간도 길고 총 납부액도 많은데도 김씨는 혜택을 보지 못한다.

 이렇듯 유족연금의 불합리함이 드러나면서 산정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동익 의원은 이른바 ‘슬라이드식’ 감액을 대안으로 내놨다. 가입기간 10년 미만은 기본연금액의 50% 수령으로 올리고, 10~19년은 가입기간이 길수록 조금씩 올라가게 하는 국민연금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최 의원은 “지금 같은 3단계 감액 구간이 아니라 1년에 1%포인트씩 올리는 차등 적용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가입자의 노후 보장뿐 아니라 유족들의 생활 안정이라는 국민연금의 목적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연구원은 ‘유족연금제도의 국제비교 연구’ 보고서에서 “낮은 유족급여 수준을 올리기 위해선 산정 방식을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특별취재팀=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이에스더·정종훈 기자, 김다혜(고려대 영문4)·김정희(고려대 사학4) 인턴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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