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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에 맞선 과학] 울퉁불퉁 달 착륙선으로 다시 이륙? 공기 없고 중력 약해 가능한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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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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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륙 모듈(점선)과 착륙 모듈이 결합된 아폴로 11호 달 착륙선의 모습.

“달 궤도까지 사람을 싣고 간 건 그렇다 치자. 그런데 조그마한 달 착륙선으로 착륙부터 이륙까지 했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을 놓고 수십 년째 이어져 온 가짜 논란 중엔 이런 내용이 있다. 당시 착륙선 루너 모듈(Lunar Module)을 보면 이런 의문이 제기될 법하다. 네모난 형태의 착륙선은 공상과학(SF) 영화에서 흔하게 접한 매끈한 로켓과 사뭇 다르다. 과학적인 고려 없이 로봇 다리에 철판을 이어 붙여 만든 것 같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50년대 후반부터 설계를 놓고 고민했다. 투박한 디자인은 몇 가지 과학적 사실에 기반해 탄생했다.

 우선 달에는 대기가 없어 공기 저항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일반적으로 공기 저항은 속도의 제곱에 비례해 커진다. 속도가 두 배 늘면 공기 저항은 네 배가 된다. 이달 초 개봉한 영화 ‘마션’의 화성 착륙선은 흔한 로켓처럼 매끈한데 화성엔 지구보다 밀도가 낮지만 대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공기 역학을 고려하지 않은 달 착륙선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닐 암스트롱이 조종한 달 착륙선의 무게는 15t이지만 이륙선은 이보다 가벼웠다. 착륙선은 착륙과 이륙 기능을 분리할 수 있는 모듈 형태로 설계됐다. 이륙 모듈의 무게는 4.7t으로 대형 승용차 두 대 반 정도다. NASA는 폭발하는 볼트를 이용해 이륙 순간 이륙 모듈이 착륙선과 분리되도록 했다. 달은 지구 중력의 6분의 1 정도다. 이를 기준으로 이륙 모듈 두 대를 들어 올릴 수 있는 성능의 로켓이 설치됐다. 중력이 작다 보니 로켓 소형화도 가능했다.

이륙 모듈에는 2개의 액체 연료 탱크와 16개의 자세 조절 장치가 설치됐다. 모선인 아폴로 11호와의 도킹은 컴퓨터가 자동으로 조절했다. 착륙선과 이륙 모듈에는 아폴로 11호와 통신이 가능한 S-밴드 안테나가 각각 달렸다. 데이비드 밀러 NASA 기술책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NASA엔 우주인이 가져온 월석이 보관돼 있다”며 “그게 바로 인류가 달에 다녀온 명확한 증거”라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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