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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실점 16강 이끈 안준수 동네축구단 출신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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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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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이하 축구대표팀 골키퍼 안준수는 K리그 유스팀이 아닌 아마추어 클럽 의정부 FC 소속이다. 안준수는 브라질·기니전에 이어 벨기에와 16강전 무실점 승리가 목표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골키퍼 소년은 잉글랜드 축구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를 보며 꿈을 키웠다. 에드빈 판 데르사르(45·네덜란드)의 선방쇼를 보기 위해 주말 새벽 TV 앞을 지켰다. 요즘은 판 데르사르의 후계자 다비드 데 헤아(25·스페인)에게 푹 빠져 있다.

엘리트 유스팀 입단 제의 고사
팀내 유일한 아마추어 클럽 소속
학교 수업 다 듣고 방과 후 운동
방학마다 세레소 연수 실력 키워

 17세 이하(U-17) 축구대표팀 주전 골키퍼 안준수(17·의정부 FC). 그에게 벨기에와의 U-17월드컵 16강전은 또 하나의 도전 기회다.

 걸어온 길이 특별하다. K리그 산하 유스팀 출신들로 가득한 U-17대표팀에서 안준수는 유일하게 아마추어 클럽(의정부 FC) 소속이다. 학교 수업을 모두 소화한 뒤 방과 후 운동을 하면서 경기력을 키웠다. 기록은 이름만큼 ‘준수’하다. 지난해 9월 태국 U-16 챔피언십 등 각종 국제대회에 꾸준히 주전으로 나섰다. 경기당 실점률은 0.74골(19경기 14실점). 이번 대회에서는 브라질전과 기니전(이상 1-0승)에 선발로 나와 각각 8개와 7개의 세이브를 기록했다.

 26일 만난 안준수는 차분하고 예의 바른 청년이었다. “어려서부터 ‘축구보다 올바른 인성이 중요하다’고 가르쳤다”던 부친 안영주(49)씨의 말을 떠올리게 했다. 안준수는 7세 때부터 아버지의 지인인 민재홍(37) 의정부 FC 감독 밑에서 축구를 배웠다. 엘리트 유스팀(포항제철중)의 러브콜은 고사했다. 안준수는 “어디서 뛰든 실력만 있으면 결국엔 주목 받는다는 아빠의 말을 믿었다”고 했다.

 의정부 FC에 합숙 훈련이란 없다. 덕분에 안준수는 가족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착한 아들이자 실력 있는 골키퍼로 자랐다. 안영주 씨는 “집에서는 ‘준수’ 대신 ‘쭌’이라 부른다. 덩치는 크지만 막내라 귀염성이 있다”고 말했다.

 안준수는 중3 이후 방학마다 일본 프로축구 J리그 세레소 오사카에서 연수를 하면서 실력을 부쩍 키웠다. 세레소는 국가대표팀 김진현(28), 올림픽 대표팀 구성윤(21·콘사돌레 삿포로) 등 한국인 수문장들을 전략 육성하는 팀이다.

 U-17월드컵에 출전하면서 안준수는 큰 경기 경험을 쌓고 있다. 안준수는 “국제대회를 많이 나가봐서 떨리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브라질전 킥오프 휘슬이 울리고 난 뒤 정신이 아찔하더라”고 털어놓았다. 안준수는 벨기에전을 앞두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벨기에와 한판 승부를 벌일 생각만으로 가슴이 뛴다”는 그는 “벨기에 대표팀이 다음달 FIFA 랭킹 1위에 오른다고 들었지만 17세팀은 다르다”면서 “우리는 브라질을 이겼다. 벨기에전에서도 1-0 정도로 이길 것이라 예상하지만 승부차기까지 가도 상관 없다. 내가 막아내면 된다”고 말했다. 

코킴보(칠레)=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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