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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률·물가 함께 하락 … 뒤숭숭한 Fed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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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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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옐런

필립스 곡선(Phillips curve)은 죽었나?

이론과 달리 고용·인플레 따로 놀아
내부서 금리 인상 연기 주장 나와
옐런 등 지도부는 연내 강행 의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내부에서 때 아닌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뉴질랜드 출신 영국 경제학자 필립스의 작품인 필립스 곡선은 실업률이 떨어지면 인플레가 상승하고, 실업률이 올라가면 인플레가 둔화되는 관계를 보여주는 모델이다. 필립스 곡선은 Fed 통화정책의 핵심 논리이기도 하다. 그런데 요즘 경제 현실이 필립스 곡선과 거리가 좀 있다. 고용과 인플레가 따로 놀고 있다. 9월 현재 실업률은 5.1%. Fed의 완전고용 목표인 4.9%에 근접했다. 그러나 9월 소비자물가는 한달전보다 0.2% 하락했다. Fed가 중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0.3%에 그쳤다. 실업률이 떨어지는데도 인플레는 도통 상승할 기미가 없다.

 논쟁을 제기한 쪽은 금리 인상 연기를 원한다. 그 이유로 Fed의 양대 목표를 거론한다. 고용 목표가 충족되더라도 물가 목표 달성은 아직 멀기만 하다는 것이다.

 대니얼 타룰로 이사는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필립스 곡선은 지난 10년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필립스 곡선에 너무 많이 의존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이사인 라엘 브레이너드도 “현 시점에선 고전적인 필립스 곡선이 나타내는 관계가 매우 약하다”고 말했다. 메시지는 하나다. 연내 금리를 올리지 말자는 것이다.

 반면 재닛 옐런등 Fed 지도부는 여전히 필립스 곡선을 신봉한다. 옐런은 지난달 하순 강연에서 “역사적으로 노동시장이 완전고용에 다가가면 인플레를 끌어올리는 압력으로 작용해왔다”고 강조했다. 이런 인식이 연내 금리 인상 의지를 형성하고 있다. 옐런의 복심인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은행장 역시 “노동시장과 물가 사이의 연관성을 믿는다”고 말했다.

 Fed 이사들은 대개 의장과 공동운명체다. 그런데, 심복중의 심복이어야 할 이사들이 옐런의 이론적 기반인 필립스 곡선을 건드리면서 옐런에 반기를 든 것이다.

 Fed가 오는 2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글로벌 경기는 활력을 잃고 있고, 각국은 추가 경기 부양을 준비중이다. Fed 혼자 따로 놀 상황이 아니다. 정작 문제는 Fed의 분열이다. Fed 내부엔 필립스 곡선에 대한 의구심이 가득하다. 고용시장 호조만으론 인플레 상승을 판단할수 없다는 것이다. 인플레에 대한 확신이 서야 Fed가 금리 인상 버튼을 누를 수 있다. FOMC 성명의 새로운 관전 포인트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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