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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향수병마저 날린 얼큰함…U-17팀, 김치찌개로 원기 충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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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이하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16강전을 준비 중인 U-17 축구대표팀(감독 최진철) 멤버들이 '고향의 맛'을 만났다. 엄마의 손맛이 생각나는 김치찌개를 먹으며 잠시나마 집과 가족에 대한 향수를 달랬다.

한국 선수단은 25일 하루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한 뒤 26일 본격적으로 훈련을 재개했다. 칠레 코킴보 시내에 위치한 연습구장에서 두 시간 가량 몸을 풀며 오는 29일 열리는 벨기에와의 16강전을 대비했다. 대표팀은 미니게임 없이 골대 맞히기 등 놀이를 겸한 가벼운 훈련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훈련 이후에는 전체 선수가 승부차기 연습을 하며 토너먼트 승부의 여러가지 가능성에 대비했다.

훈련을 마치고 저녁식사를 위해 숙소 호텔 식당을 찾은 선수들은 뷔페 식사 메뉴에 포함된 김치찌개를 보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내 몰려든 선수들로 인해 40인분을 준비한 김치찌개가 순식간에 동이 났다.

김치찌개는 대표팀 미디어담당관을 맡고 있는 이재철 대한축구협회 홍보팀 대리의 작품이다. 이 대리는 지난 18일 브라질과의 본선 조별리그 1차전을 앞두고 선수들 숙소 방문에 '월드컵 긴장돼? 축구 왜 시작했어? 결과는 나중이야! 그냥 한 번 즐겨봐'라는 문구를 붙였다. 한국이 브라질에 1-0으로 승리를 거두며 이변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이후 이 대리의 격려 문구도 화제가 됐다. 지난 21일 기니전을 앞두고는 '기니? 쉽지 않아! 이번에는 정말 신중하게 즐겨야 돼!'라고 적었고, 한국은 또 한 번 승리했다.

이번에는 이 대리가 평소 쌓은 요리실력을 발휘해 또 한 번 선수들을 격려했다. 숙소 호텔 조리팀의 도움을 받아 김치찌개 40인분을 직접 만들어 선수단에 제공했다. 김치는 칠레 현지 교민들이 제공했다. 잉글랜드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을 관전하기 위해 코킴보를 방문한 교민들이 대표팀에 김치 세 봉지를 제공했다. U-17 월드컵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지만, 정작 어린 선수들은 정신적·육체적으로 상당히 지쳐 있다. 미국 전지훈련부터 포함해 한 달 가까이 집을 떠나 외유 중인 데다, 핸드폰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한다. 불필요한 인터넷 서핑 등으로 시간을 낭비하거나, 악성 댓글에 상처받는 경우가 생길 것을 우려한 최진철 감독이 선수단 전원의 카메라를 걷어 별도의 장소에 보관 중이기 때문이다.

음식도 문제였다. 대회 직전 머문 산티아고에서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에 들러 한식을 맛볼 수 있었지만, 칠레 북부의 조용한 휴양도시 코킴보로 건너온 이후에는 그나마도 불가능했다. 김치찌개를 통해 선수단은 그리운 한국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볼 수 있었다. 선수들은 "향수병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까지 모두 날렸다"며 만족해했다.

이 대리는 "한 번쯤은 내 손으로 선수들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싶어 기회를 봐 왔다"면서 "칠레 현지에서 파는 참치 통조림을 곁들여 참치 김치찌개를 완성했다. 김치를 볶는 것에서 시작해 찌개를 완성하기까지 2시간 반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만든 음식을 선수들이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는 모습을 지켜보니 흐뭇하다"고 말했다. 김치찌개로 원기를 보충한 선수단은 벨기에와의 16강전 준비 작업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코킴보(칠레)=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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