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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선율에 빠진 르완다 초등학생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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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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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르완다 키갈리 외곽의 학교 운동장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는 학생들. [사진 부영그룹]

지난 23일(현지시간) 르완다 수도 키갈리 외곽의 키미후루라 초등·중학교 운동장. 70명의 어린이 합창단이 49대의 피아노 합주에 맞춰 ‘아리랑’을 열창했다. 강렬한 햇볕이 작렬하는 붉은 언덕에서 울려 퍼지는 아리랑. 익숙한 선율이지만 한국의 한(恨)과는 다른 아프리카 특유의 열기가 넘실댔다.

석 달간 맹연습해 연주하고 합창
부영, 디지털피아노 2000대 기증

 코핀(8)은 이마에 달라붙는 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주에 열중했다. 새까맣게 때가 낀 손톱으로 연주를 멋지게 마친 코핀은 “이날을 위해 석 달간 연습했다”며 눈동자를 반짝였다. 음악 선생님이 “사랑과 이별에 관한 노래”라고 알려주자 코핀과 다른 학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연주에 열중했다.

 코핀을 비롯한 연주자 49명은 르완다 전역 초등학교에서 1명씩 선발됐다. “피아니스트가 꿈”이라는 아이도 있었다. 석 달 전, 한국에서 건너온 디지털피아노가 꿈을 구체화시켰다. 부영그룹은 올해 르완다 초·중·고교 2000곳에 디지털피아노 1대씩을 기증했다. ‘아리랑 콘서트’는 이날 열린 기증식의 식전 행사였다. 연주와 합창은 인근 주민 1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1시간가량 이어졌다.

 르완다는 지난 1994년 후투족과 투치족 간의 내전으로 100만 명 이상이 희생됐다. 파피아스 마림바 르완다 교육부 장관은 “내전 이후 모든 계층에 골고루 교육혜택을 제공하는 게 중요한 원칙이 됐다. 부영그룹이 지원한 2000개의 디지털피아노와 2만 개의 칠판은 르완다 교육의 질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중근(74) 부영그룹 회장은 “머릿속에 들어있는 교육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이 회장은 그동안 국내에 86개의 기숙사를 기증했다. 2003년부터 캄보디아·베트남 등 동남아 14개국에 초등학교 600여 개를 짓고 디지털피아노 6만여 대와 칠판 60여만 개를 지원했다. 올해는 아프리카로 기부 범위를 확대했다.

 같은 날 르완다 한국대사관에서는 ‘한국어말하기대회’가 열렸다. 르완다의 10대 소년·소녀가 K팝을 열창했다. 아프리카에 상륙한 한류와 한국 기업의 기부 활동을 밑거름 삼아 한국은 르완다에서 동경 대상이 되는 ‘매력 국가’로 위상을 높이고 있다.

키갈리(르완다)=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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