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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관 담은 사자성어가 ‘대세’ 랩스타일로 개성 표현 의원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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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호 14면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인 ‘카카오톡(카톡)’은 정치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SNS 중 하나다. 짧은 글로 자신을 소개하는 대문글과 사진으로 이뤄진 카톡 프로필은 원래 사용자의 현재 기분이나 상태를 알리는 용도로 쓰이지만, 정치인들에게는 자신의 정치적 신념이나 평소 생각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메시지 통로다.


여야 국회의원의 카톡 대문글 중에서 가장 흔한 유형은 인상 깊었던 명언이나 자신의 좌우명을 올린 경우다. 특히 자신의 정치철학을 담은 사자성어를 올려놓은 의원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평소 독실한 불교 신자로 알려진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은 ‘수연무작(隨緣無作)’을 대문글로 걸었다. 불교 경전인 화엄경에 나오는 가르침으로 ‘인연 따라 살고 억지로 무엇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주 의원은 “정치에서도 목표를 정해 무리하게 추진하다 보면 일이 어그러지기 쉽다”며 “억지로 무엇을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는 가르침을 되새기고자 대문글로 올렸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찬열 의원은 ‘호랑이같이 예리하고 무섭게 사물을 보고 소같이 신중하게 행동한다’는 의미의 사자성어인 ‘호시우보(虎視牛步)’를 대문글에 남겼다. ‘Innovation(혁신)’(조웅기 미래에셋증권 대표), ‘새로운 도약을 위해 모든 열정을’(김동식 케이웨더 대표), ‘일을 놀자’(김철준 한독 사장) 등과 같이 주로 경영 이념을 드러내는 기업인들과는 비교되는 대목이다.

랩(RAP) 가사처럼 라임(각운)을 맞춘 짧은 메시지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낸 의원들도 있다. 새정치연합 김윤덕 의원(‘가치&같이’)과 김현 의원(‘성실 진실 절실’)이 그런 경우다. 춘천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의 카톡 대문글은 ‘춘천의 him!’이다. ‘그(him)’와 ‘힘(power)’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평소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담아 ‘사람이, 사람을, 사람답게, 사랑하자!’는 문구를 남겼다.


짧지만 뼈가 있는 ‘촌철살인’ 스타일의 대문글도 눈에 띈다. 새정치연합 총무본부장을 맡고 있는 최재성 의원의 대문글은 ‘함께 걷는 한걸음의 소중함…’이다. 그는 최근 자신의 사무총장직 임명을 놓고 친노와 비노세력 간 계파 갈등의 중심에 서 있었다. 인구수 부족으로 지역구(진안-무주-장수-임실)가 통폐합될 위기에 놓인 새정치연합 박민수 의원의 카카오톡에는 ‘정치가 농촌을 살릴 수 있다고?’라는 도발적인 문장이 쓰여 있다. 박 의원은 “정치가 농촌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은 문구”라고 강조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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