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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준의 진밭골 그림편지] 6월 21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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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낮이 제일 긴 하지(夏至) 절기가 왔습니다. 지구촌 북극지대는 밤이 없는 백야가 나타납니다. 유럽의 파리만 해도 위도가 높아 하지 때는 밤 9시가 되어도 훤합니다. 이 모든 계절의 변화는 태양을 도는 지구가 신기하게도 기우뚱한 채 돌고 있기 때문입니다.

옛날에는 하지가 지나도록 비가 오지 않으면 기우제를 지냈습니다. 이곳 산골은 아낙들이 키를 뒤집어쓰거나 물을 키에 담아 나비질하여 물방울을 날리며 "하느님, 비 좀 주세요" 하고 빌었답니다. 하늘이 감동하려면 아낙네들이 나서서 심청으로 빌어야 했답니다.

하지 때 태양 볕을 가장 많이 받으니 땅이 더워지는 기간을 감안해도 한달 이내에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어야 할 텐데 우리 땅은 장마로 인해 칠월 말 팔월 초에 가서야 최고로 덥습니다. 우리의 여름은 무더위 속에서도 시원함이 있습니다.

지구촌 온대지역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여름의 우리나라 몬순 기후 때문이랍니다. 차가운 대륙기후와 무더운 해양기후가 교차하는 이 땅은 그래서 복 받은 땅입니다.

김봉준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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