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정원 처음 찾은 盧대통령] '정보의 힘' 뒤늦게 깨달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은 20일 취임후 첫 국가정보원 방문행사에서 탈(脫)권력.탈(脫)정치의 향후 국정원 운용구상을 밝혔다.

"지금은 정권이 국정원에 묻지도 않고 요구하지도 않아 여러분이 불안해할지 모르지만 정권을 위해서는 그만 일을 하라"는 게 이날 盧대통령의 메시지다.

이는 평검사(검찰).세무서장(국세청).경찰서장(경찰)과의 대화에서도 계속 강조됐던 내용이다. 이날 盧대통령은 국정원 일반 직원과의 점심 대화를 끝으로 4대 권력기관 순회를 마무리했다.

대통령의 발언 가운데 정작 관심을 끈 것은 국정원의 '과도기적 역할'에 대한 언급이었다. 盧대통령은 이날 갈등조정과 국정일반을 위한 정보는 과도기적으로 국정원이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는 화물연대 운송 거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사태 등 각종 사회갈등을 겪고 난 후 정리된 생각인 것 같다. 과거엔 이 역할을 국정원이 했다.

그러나 김대중(金大中)정부에서 사실상 국정원이 주도했던 관계기관 대책회의가 없어진 후 조정기능의 부재 현상이 생겼고, 이 때문에 정권 출범 초기에 고생을 했다는 것이 盧대통령의 인식인 것 같다.

새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달 긴급히 총리 주재의 국정현안 정책조정회의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 회의에 국정원은 고정 멤버가 아니다.

그간 한차례 배석자로만 참석했을 뿐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국정상황실에 국정원 직원이 파견돼 있지만 갈등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이날 盧대통령의 주문으로 정치를 제외한 국정 전반, 특히 노사갈등과 공공부문 파업 해결에 국정원이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행정부처와 국정원의 정보교류가 한층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盧대통령은 이날 "과거 국회의원 때 지역에 가보니 국정원 간부들이 대접을 잘 받고 있더라. 또 (취임 후)국정원을 보니 골치가 아팠다. 하지만 이제 국가존립과 안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기관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한국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집단"이라고 달라진 국정원관을 피력했다.

최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