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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장쩌민 두꺼비 문화 인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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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지난달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열병식을 관람한 장쩌민 전 중국 국가 주석(가운데).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장쩌민 전 주석을 풍자한 두꺼비 문화 바람이 불고 있다. 시진핑 정권들어 경직된 사회 분위기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앙포토]

어색하게 큰 뿔테 안경, 두꺼비를 닮은 외모, 배꼽까지 올려 입은 바지, 어눌한 말투….
장쩌민(江澤民·89) 전 국가주석(1993~2003년)을 풍자하고 상징하는 말들이다. 한 마디로 촌스럽다는 거다. 그런데 그의 촌티가 요즘 중국 인터넷에서 인기다. 그를 '두꺼비 문화(膜蛤文化)'의 상징이라고도 하고 교주라고 부르기도 한다. 두꺼비 문화란 중국의 젊은이들이 인터넷에서 만화와 글 등 다양한 방법으로 특정인을 풍자하는 것을 말한다.

장 전 주석이 두꺼비 문화를 주도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다. 시진핑(習近平)주석이 "호랑이든 파리든 다 잡겠다"며 강도 높은 부패 척결을 하던 때다. 부패 척결의 강도가 높아지면서 중국의 공직사회가 얼어붙었고 복지부동이 만연했다. 일부에서는 경직된 사회 분위기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이어 장 전 주석의 포근한 이미지를 그리워하는 풍자가 유행했다.

젊은이들은 중국의 모바일 메신저인 웨이신(微信)을 통해 장 전 주석을 '어르신(長者)' 혹은 '두꺼비(蛤蛤)'이라고 부르며 그에 대한 각종 만화와 에피소드를 쏟아냈다. 그를 따르는 '하쓰'(蛤絲·두꺼비 팬)까지 생겨났다. 이들은 1996년 스페인을 방문해 후안 카를로스 전 국왕을 만난 자리에서 난데없이 빗을 꺼내들어 머리를 매만지는 사진을 올리기도 하고 2000년 홍콩 여기자가 계속해서 질문을 하자 버럭 화를 내며 훈계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장 전 주석의 생일인 지난 8월17일에는 그의 다양한 표정을 모은 합성 사진과 이스라엘 사해 방문 때 두꺼비 같은 자세로 수영을 즐기는 모습, 바지를 높이 끌어올려 입는 '아저씨 바지 패션' 등이 인기를 끌었다. 하쓰들은 장 전 주석의 파격적이고 서민적인 모습을 통해 인간미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모범생 이미지의 무미건조한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이나 근엄하고 심각한 시 주석에서 발견하지 못한 따스함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중국의 젊은 네티즌들이 시 주석 취임 이후 강화된 인터넷 검열에 대한 불만을 장 전 주석에 대한 두꺼비 문화로 대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바오화(張寶華) 홍콩 중원(中文)대학 교수는 "장 전 주석을 풍자하는 두꺼비 문화 속에는 역대 다른 중국 지도자들에게서 보지 못한 친근감과 경험이 있어 네티즌들이 열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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