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5자회담, 여야 대표의 인사말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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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3시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및 원내대표 간 5자 회동은 처음엔 화기애애했다.박 대통령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특히 이산가족 상봉을 주제로 회담전 대화를 나눴다.

이날 박 대통령은 녹색 재킷에 회색 바지 정장 차림으로 먼저 회동장소인 접견실에 입장해 엷은 미소를 띤 채 여야 지도부를 기다렸다.

오후 3시 접견실에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이종걸-원유철 여야 원내대표 순으로 입장했다.

수행단인 김학용 새누리당 대표 비서실장,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 박광온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비서실장,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도 접견실에 따라들어왔다.

▶박 대통령=안녕하셨어요, 어서 오십시오. 반갑습니다.
(인사 후 박 대통령 중앙, 박 대통령 우측에 문재인, 김무성 대표, 좌측에 이종걸, 원유철 원내대표가 선채로 4분간 환담을 했다)

▶ 박 대통령=언론에서 뵈니까 오늘 우리 두 대표님과 원내대표님들 사이가 좋으신 것 같아요. 귓속말도 하시고 (웃음) 반갑게 아주 오랜 친구같이 인사도 나누시고 그러는데 실제로 그렇게 사이가 좋으신 건가요?

▶ 원유철 원내대표=이종걸 원내대표님 이름에 ‘종’ 자가 들어가지 않습니까. 제 이름에는 ‘유’ 자가 들어가고, 그래서 19대 국회가 이번이 마지막 회기니까 유종의 미를 거두자, 심지어 이런 구호를 만들자고까지 했습니다.

▶박 대통령= 하여튼 서로 잘 통하시면 그만큼 나라 일도 잘 풀리지 않을까 기대를 합니다.

▶문 대표=국민들께 함께하고, 웃는 모습 보이고, 뭔가 이렇게 합의에 이르고 하는 것이….

▶박 대통령=오늘은 마침 이산가족 상봉 3일째 마지막 날이에요. 그런데 3일 동안 사연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참 듣기도 가슴 아프더라고요. 돌도 지나지 않아 가지고 아버지하고 헤어졌는데 65년 만에 아버지를 만났으니 말도 못하고 끌어안고 울기만 하고, 또 결혼 6개월 만에 부부가 헤어질 수밖에 없었는데 65년 만에 다시 재회했으니 평생을 얼마나 하루하루 그리움 속에서 살았겠는가 생각을 하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데 분단국가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아픔이다, 우리 정치권이 그런 문제를 해결을… 절실한 아픔 아니겠습니까. 해결하는 데 같이 더욱 노력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문 대표=이산가족 상봉이 감동을 주고 있는데요, 저도 이산가족 상봉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저희 어머니가 북한의 여동생을 만나서 상봉하는 그 자리에 제가 어머니를 모시고 갔었습니다. 정말 이산가족으로서는 상봉이 좀 더 정례화되고, 확대되고 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 그런 것을 유념을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박 대통령=저희가 아주 관심을 쏟고 있고, 명단도 전부 제공을 하고 있는데, 이게 맞아야 하는데, 우리는 빨리 정례화되고, 만나고 싶으면 언제든 만나고, 서신교환이라도 좀 됐으면, 생사확인이라도 됐으면 계속 이렇게 요청하고 있습니다.

환담 이후 참석자들이 라운드테이블에 착석했다. 박 대통령 우측에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 좌측에 문재인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가 앉았다.
수행단은 퇴장했다.

인사말에서 문재인 대표는 "국민의 간절한 요구는 경제살리기와 민생에 전념하라는 것인데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매달리는 지 이해할 수 없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중단하고 경제와 민생을 돌봐달라"고 말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사라지고 회담장은 역사교과서 토론장으로 바뀌었다. 이후 김무성 대표는 역사교과서 편향을, 문재인 대표는 한국형 전투기 사업 표류를 비난했다.

위문희 기자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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