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축구 망신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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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룬의 '검은 돌풍'이 2002 한·일 월드컵 챔피언 브라질을 집어삼켰다.

카메룬은 2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생드니경기장에서 열린 컨페더레이션스컵 축구대회 B조 예선 1차전에서 사뮈엘 에토오(레알 마요르카)의 결승골로 브라질을 1-0으로 격파했다.

카메룬은 미국을 꺾은 터키와 공동선두에 오르며 결승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아프리카 축구의 희망'에토오의 진가가 돋보였던 경기였다. 전반 브라질의 압박 수비에 막혀 이렇다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던 에토오는 브라질의 체력이 떨어진 후반 폭발적인 스피드로 상대 문전을 휘저었다. 결국 후반 38분 하프라인에서 수비가 헤딩 패스로 넘겨준 볼을 에토오가 아크 정면으로 쇄도하며 강한 슈팅으로 연결, 브라질 골문을 열었다. 에토오는 후반 인저리타임에도 하프라인부터 골지역까지 거침없이 돌파한 뒤 슈팅하는 등 탁월한 개인기를 과시했다.

브라질은 호나우두(레알 마드리드)·히바우두(AC 밀란) 등 월드컵 우승 콤비가 빠진 가운데 호나우디뉴(파리 생제르맹)가 고군분투했지만 동점골을 뽑지 못했다.

지난해 월드컵에서 E조에 속했던 카메룬은 독일과의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일방적으로 우세한 경기를 벌이고도 독일 골키퍼 올리버 칸의 선방에 막혀 0-2로 무릎을 꿇고 16강 티켓을 내줘야 했다.

당시 카메룬 선수들은 독일의 거친 플레이에 휘말려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바람에 패배를 자초했다. 그러나 이날 카메룬은 선 수비-후 역습의 팀 플레이를 차분하게 소화해 내 전력이 한 단계 진보했음을 보여줬다.

앞서 열린 경기에서는 2002 월드컵 3위 터키가 툰카이 산리의 역전골로 미국을 따돌렸다. 터키는 전반 36분 미국의 간판 골잡이 마커스 비즐리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3분 뒤 오칸 일마즈의 페널티킥 동점골에 이어 후반 25분 산리의 역전골로 승리를 낚았다.

21일에는 A조 예선 2차전인 프랑스와 일본, 콜롬비아와 뉴질랜드의 경기가 벌어진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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