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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탐욕의 괴물 사회 생선인간이 정상일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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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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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돌연변이’에서 이광수(왼쪽)는 8㎏의 무거운 탈을 쓴 채 생선인간 박구(아래 사진)를 연기했고, 이천희(오른쪽)는 그를 취재하는 방송사 인턴기자 상원 역을 맡았다. [사진 전소윤(STUDI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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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물고기의 모습을 한 인간이 우리 앞에 나타난다면.

내일 개봉 ‘돌연변이’ 두 주연
이광수, 맨얼굴 안 나오는 몸연기
8㎏ 생선 탈 쓰고 산소공급 받아
얼떨결에 방송사 기자된 이천희
“어떻게 사람이 그래요란 말 절로”

 영화 ‘돌연변이’(22일 개봉, 권오광 감독)는 이런 도발적인 상상을 전제로 만든 블랙코미디다. 생선인간의 등장으로 드러나는 우리 사회의 탐욕스러운 민낯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사회고발 영화로도 볼 수 있다. 내용은 이렇다.

 돈 때문에 제약회사 실험에 참가한 공무원 취업준비생 박구(이광수)는 부작용으로 상체가 물고기인 생선인간이 된다. 그는 출구없는 청년세대의 상징으로 떠오르며 일약 스타가 되지만, 제약회사의 음모로 파렴치한으로 몰리며 세상에서 퇴출될 위기에 처한다. 방송사 인턴기자 상원(이천희)은 영화의 화자로서,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기록한다.

 이 영화에 거의 노개런티로 출연한 두 주인공 이광수(30), 이천희(36)를 함께 만났다. 둘은 “작지만 의미있는 영화이기에 출연했다”고 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인기 덕분에 한류 스타로 떠오른 이광수는 영화에서 얼굴이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8㎏의 생선탈을 쓰고, 어눌한 말투와 몸짓만으로 생선인간의 비애를 표현했다.

대역을 쓰지 않고 모든 장면을 소화한 그는 “얼굴이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연기한 게 좋은 공부가 됐다”며 “기계장치가 달린 생선탈을 쓰고 벗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촬영 중간중간에 탈 속으로 산소통 호스를 연결해 공기를 주입받았다”고 말했다. 생선인간을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몰라 촬영 전 타이거피시라는 물고기도 키워봤다는 그는 “미끄러운 체액 때문에 자유롭지 못한 손동작, 부자연스러운 걸음걸이 등을 현장에서 감독과 상의하며 만들어냈다”고 했다.

 영화를 연출한 권오광 감독은 박구가 육체적 돌연변이라면, 상원은 사회적 돌연변이라고 했다. 변변한 스펙 하나 없는 상원은 방송사 파업사태 덕분에 그토록 원했던 기자가 되지만, 정직원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하며 또다시 주변인으로 내몰린다.

 이천희는 상원을 연기하며, 모델과 단역 연기자로 활동하던 시절 ‘열정페이’를 강요당했던 기억을 떠올렸다고 했다. “지금도 많은 청년들이 ‘너희 말고도 이거 하겠다는 애들 많다’는 말을 들으며 열정페이를 강요당하잖아요. 서글픈 현실이죠. 박구를 이용해 기자가 되려는 생각밖에 없던 상원이 생선인간이 남긴 질문에 자극받아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아내려 했습니다.”

 본질은 외면한 채 애국심에만 호소하는 일부 언론매체, 한 인간의 불행을 돈벌이 기회로 삼으려 하는 제약회사와 대기업, 생선인간을 종북(從北)으로 몰아세우는 극우단체 등 영화가 펼쳐놓는 풍경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둘은 “우리 안의 극단적인 광기가 사회를 돌연변이로 만들고 있다”는 감독의 문제의식에 공감했다고 했다.

 “생선인간 박구만 정상이고, 나머지 사람들이 다 돌연변이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연기했어요. 영화에서 안 좋은 사건들이 계속 발생하는 건, 박구 때문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욕심 때문이거든요.”(이광수)

 “생선인간의 등장 후 벌어지는 얘기가 진짜로 있을 법 했어요. ‘어떻게 사람이 그래요’라는 상원의 대사처럼, 탐욕과 광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돌연변이가 돼가고 있다는 생각에 뒷맛이 씁쓸했죠.”(이천희)

 영화는 무기력한 청년세대의 한숨과 좌절을 그리고 있지만, 결코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는다. 생선인간 박구의 마지막 선택은 정해진 길로만 가려 하는 젊은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광수는 “후회 없는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다”며 “내가 연기하며 느꼈던 용기와 희망을 관객들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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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개 만점, ☆는 ★의 반 개

★★★☆(이용철 영화평론가): 정치권·대기업·미디어 등 모든 분야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한 건 좋게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이를 영화적으로 잘 표현하진 못했다.

★★★(지용진 기자): 청년실업 등 우리 사회의 우울한 민낯을 독창적인 발상으로 풍자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밋밋한 드라마가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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