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고어텍스 전투복 개발 … 아이 넷 키우는 190㎝ 워킹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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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아이 넷을 키운 엄마입니다. 특히나 섬유사업부에서 일하던 2000년 쌍둥이를 가졌을 때에는…, 너무 힘들었죠.”

글로벌 혁신 기업인, 미래 50년을 말하다 <14> 테리 켈리 고어 회장
직원 투표로 뽑힌 첫 CEO 켈리
“한국 아웃도어 업체들 성과 대단
IT와 접목하면 시장 더 넓어질 것”

190㎝에 달하는 큰 키만큼이나 시원시원한 테리 켈리는 회사 내에서는 CEO 겸 회장이지만 회사 밖에서는 ‘그냥 엄마’다. 그는 남편과 슬하에 아들(24), 딸(19), 쌍둥이 딸들(15) 등 4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켈리 회장 역시 워킹맘으로서 고충이 많았다. 요리를 즐기는 편이지만 네 아이를 돌보면서 업무를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임원이 된 1998년 큰아이의 나이는 일곱 살에 불과했었다. 그는 “엄마로서 힘들지 않았다면 업무 태만이었을 것”이라며 “지금은 멀티태스킹(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것)이 습관이 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가족은 그에게 중요한 키워드가 됐다. 뉴어크 본사 인근에 거주하는 그는 차로 15분 거리에 시댁과 친정이 모두 있다. 양가 부모님과 다양한 나이대의 가족들을 통해 생활 속 소재의 필요성과 비즈니스 기회도 파악할 수 있었다.

고어에 입사하게 된 것은 친정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기계공학자였던 아버지는 슬하에 네 딸을 뒀고, 켈리를 포함해 세 명의 딸이 공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켈리 회장은 인터뷰에서 한국 시장에 대한 전망도 말했다. 한국은 고어에 있어 큰 고객이다. 블랙야크, K2, 코오롱스포츠 등 국내 굴지의 아웃도어 업체들이 고어텍스 소재를 쓴 아웃도어를 판매한다. 한국 기업들에 대해 켈리 회장은 “한국 아웃도어 업체들의 사업적 성과는 대단하다”면서 “정보기술(IT) 등과 접목한다면 아웃도어 시장의 전망은 밝다고 본다”고 말했다. 고어는 또 국산 스마트폰에도 방수 소재 ‘고어 벤팅’을 납품하고 있다. 휴대전화의 음향을 보호하고 방수 기능을 하는 소재다.

중국 시장에 대해서는 “중국식으로 해야 한다”는 뼈 있는 조언도 했다. 그는 “미국이나 유럽, 한국에서 유효했던 사업 방식이 중국에서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중국에서는 철저히 중국식으로 사업을 하고 가능하면 현지 파트너와도 협력을 한다”고 말했다.

뉴어크(미국)=이현택 기자

◆테리 켈리(Terri Kelly)=1961년 미국에서 태어났다. 델라웨어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1983년 고어에 입사했다. 섬유사업부에서 공정개발 엔지니어, 고어텍스 제품 개발 담당 등을 맡았다. 산업용 섬유사업팀에서 ‘고어텍스 군복’을 개발해 시장을 개척했다. 2005년 직원 투표를 통해 선출된 첫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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